끄적끄적

그 녀석 참

머구리1 2023. 10. 11. 07:56

화단에 날아든 코스모스 씨앗이

있었는지 어느날 부터

코스모스가 자라기 시작했다.

가을 장마를 지나도

꽃은 피지도 않으면서

키만 자꾸 커길래 옆에 사과씨나

잘 커라고 뽑아서 마당 끝에 버렸다.

어제 낮에 보니 꽃을 피웠다.

그녀석 참

꽃 못 피운다고

좁은 땅 자리 크다고

심은 적 없다고

네 주인아닌 땅 주인은

뿌리채 뽑아서

마당 끝 풀섭에 던지더라.

코스모슨데.

좀 더 기다리면 꽃도 피우고

씨도 매달건데

인간은

그새를 못 참는다.

그 천대에도

하얀 뿌리 하늘보고

가을 풀밭에 누워

파란 하늘 향해

웃는 얼굴을 피웠다.

어디 세상에 억울한 이가

너 뿐이랴

어디 세상에 천대받는 이가

너 하나 뿐이랴

세상이 그런 것을

억울함일랑 예쁜 꽃잎에 날리고

네 씨를 내려라.

언제나 그랬듯이.

 

23.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