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지안재

머구리1 2020. 5. 7. 09:03

 

 

 

 

 

 

꼬불꼬불 올라간 길끝

가쁜 숨 몰아쉬고

 

할개미 쪽

 

저 아래 어디쯤에

 

내 어머님이 보인다.

 

머리에 함지박 이고

 

당신의 인생만큼이나 힘겨운 고갯길

 

장에 다녀오시는 내 어머님.



 

 

 

함지박에

얹을 짐이라야

 

무 몇개 감자 몇 개밖에 안 되는 살림살이

 

그렇게

 

깡촌의 어머니는

 

읍내 구경이 그리웠으려니..

 

그 어머님 손에 들렸을

 

몇 개의 과자 봉지를 위해

 

우린 지안재 먼당에 앉아서

 

장마중을 했다.



 

 

 

지금은 반으로 내려 깎인 지안재라

 

그렇게 숨 가쁠 고개도 아니지만

 

내 어머니의 지안재는

 

항시 목구멍까지

 

숨이 차 올랐다.

 

그 가득한 숨은

 

산골 아낙의 어쩔 수 없는 삶이려니....

 


 

 

 

 

이제

어머님의 지안재 먼당에서

 

내가 다시 아래를 보며

 

누군가를 또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