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올라간 길끝
가쁜 숨 몰아쉬고
할개미 쪽
저 아래 어디쯤에
내 어머님이 보인다.
머리에 함지박 이고
당신의 인생만큼이나 힘겨운 고갯길
장에 다녀오시는 내 어머님.
함지박에
얹을 짐이라야
무 몇개 감자 몇 개밖에 안 되는 살림살이
그렇게
깡촌의 어머니는
읍내 구경이 그리웠으려니..
그 어머님 손에 들렸을
몇 개의 과자 봉지를 위해
우린 지안재 먼당에 앉아서
장마중을 했다.
지금은 반으로 내려 깎인 지안재라
그렇게 숨 가쁠 고개도 아니지만
내 어머니의 지안재는
항시 목구멍까지
숨이 차 올랐다.
그 가득한 숨은
산골 아낙의 어쩔 수 없는 삶이려니....
이제
어머님의 지안재 먼당에서
내가 다시 아래를 보며
누군가를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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