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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아버지의 기억

by 머구리1 2020. 12. 29.

어느 때 아버지 생각이 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눈물이 흐르기 전에 후다닥 다른 생각으로 돌리지만

돌아가신지 15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 생각은 매번 붉어지는 눈시울과 함께한다.

희안하게도 어머니 생각에는 또 그렇지 않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좋은 기억들이 많은 반면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은 즐거웠던 기억보다는

마음 아픈 기억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어머니에 비해 아버지께 더 고맙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두분다 내겐 참 고마운 분들이다.

반대로 오늘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나를 이만큼이라도 잘 살게 해 준 데에는

어쩌면 아버지 보다는 어머니의 공이 더 크다.

중학교를 보내지 않으려고 하신 아버지께 어머님은

 "자식들도 당신같이 살게 할 거냐?"라고?" 싸워서 학교를 보내 주셨고

진주에 있는 고등학교까지 가게 된 것도 결국은 아버지와 싸운

어머니 덕분이다.

그런데도 부모님 생각이 날 때면 두 분에 대한 맘이 다르니

어머니가 아신다면 서운해 할 일이다.

 

내 나이가 아버지 나이가 되어 가면서 아버지에 대한 이해를 하기

시작했음이리라.

또 어느 순간 아버지의 삶을 따라가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리라.

두 분 다 가난하게 태어나 고생을 많이 하신 분들이니

삶이 녹녹지는 않았을 것이다.

없는 살림에 자식은 또 다섯이나 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버지라고 장남을 중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

나머지 자식들이 걱정됐을 것이고

또 자신보다 여유로운 집도

자식들을 중학교에 보내지 않는데

쥐뿔도 없는 자신은 당연하다 자위했겠지.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했겠지.

오지 않은 장밋빛 미래보다는

현실의 배고픔이 더 컸겠지.

그랬으리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설움인 것은

가난으로 인한 아버지의 힘든 삶도 있겠지만

내가 행한 수많은 불효 때문이기도 하다.

난 지금도 내 자식들에게 효도라는 말을 못 한다..

아니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애들에게 효도하라고 얘기해본 적이 없다.

힘든 삶에 지친 아버지의 일상이 되어버린

주사(酒邪)로 인해

아버지의 면전에 모진 말도 많이 했다.

내 아내와 주변인들에게 부끄러웠던 아버지의 주사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또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 또한 나만 편하고 싶은 욕심이었는지 모른다.

 

나의 불효를 알지 못하는 동네 어른들은

나를 부모님께 참 잘한 자식이라고 한다.

부끄러운 말이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또 한 해가 지나서

내가 태어난 간지가 돌아온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일 갑자가 되고

하루하루 시간이 더해질수록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더 큰 울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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