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안재9

여름 휴가 전에 어떤 선배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살아오면서 제일 시간이 빠른 때가 정년퇴직하는 해라고. 그 말대로 금년 들어서는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심지어는 월급날조차 빨리 돌아온다. 벌써 팔월이다. 금년의 반이 넘게 흘러 간 것이다. 2주간의 긴 휴가도 역시 빠르게 끝났다. 금년의 대부분 일정에는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기휴가 역시 마지막 휴가가 되리라. 큰딸에게 가져다줄 것이 있어서 휴가가 시작된 토요일 일찍 고향을 찾았다. 고향집은 여전히 그자리 그대로다. 주변에 사람들과 환경들은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지만 부모님이 살던 고향집은 그대로 세월을 안고 간다. 큰 도로변에는 백일홍이 한창이다. 이 길이 오도재 올라가는 길인데 여기서 대략 1~2km쯤 올라가면 지리산 제일관문 오도재가 나온다. 반.. 2022. 8. 9.
지안재를 바라보며 1년 넘게 한 번도 보이지 않던 부모님이 삼일 연속으로 꿈속에 나오고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고자 부모님 산소를 찾았다. 창원에서 1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라 마음이 뒤숭숭하거나 힘든일이 있으면 자주 찾는다. 부모님 뒤에 앉아서 지안재를 본다. 부모님들은 저 지안재를 바라보며 검은색 승용차가 한 대씩 올라올 때마다 내 아들인가 하면서 기다리진 않았을까? 어렸을 적 저 지안재에 앉아서 큰길쪽을 바라보며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는 장마중을 했던 곳인데 이제 저곳을 보며 부모님이 나를 기다리신다. 1월 28일에 다녀왔으니 3주밖에 안 된 시간이지만 꽤나 긴 시간인 것처럼 느껴진다. 세월의 흐름속에 지안재도 많이 변했다. 하나였던 산 가운데를 뚝 잘라서 깎아내린 다음 길을 냈고 꽤 높은 산등성이였던 곳은.. 2022. 2. 14.
7월의 고향 금요일 오후 병원에서 2주 전에 떼어낸 대장용종의 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결과는 "별것 아니니까 잘 지내다가 3년 후쯤 한번 검사 해봐라" 였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다행이다. 그런데 용종의 크기가 5mm 정도면 다른 병원에서는 대부분 대장 내시경 검사 시 제거를 하는데 유독 이 병원에서는 외래로 진료를 받게 해서 외래에서 제거 수술(시술)을 하게 한다. 회사 주치의에게 물어보니 이 병원만 유독 그렇게 한단다. 아마 병원 수입 문제도 있을 것이고 의사들의 경험도 쌓을 수 있기 때문 아닐까 한다. 실제로 내시경 검사 시 제거하면 오만 원만 더 내면 되지만 외래를 통해서 할시 대략 삼십만 원 정도의 비용이 더 들어갔다. 이것은 내가 지불한 돈만 삼십이지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에서.. 2021. 7. 4.
지안재 꼬불꼬불 올라간 길끝 가쁜 숨 몰아쉬고 할개미 쪽 저 아래 어디쯤에 내 어머님이 보인다. 머리에 함지박 이고 당신의 인생만큼이나 힘겨운 고갯길 장에 다녀오시는 내 어머님. 함지박에 얹을 짐이라야 무 몇개 감자 몇 개밖에 안 되는 살림살이 그렇게 깡촌의 어머니는 읍내 구경이 그리웠으려니.. 그 어머님 손에 들렸을 몇 개의 과자 봉지를 위해 우린 지안재 먼당에 앉아서 장마중을 했다. 지금은 반으로 내려 깎인 지안재라 그렇게 숨 가쁠 고개도 아니지만 내 어머니의 지안재는 항시 목구멍까지 숨이 차 올랐다. 그 가득한 숨은 산골 아낙의 어쩔 수 없는 삶이려니.... 이제 어머님의 지안재 먼당에서 내가 다시 아래를 보며 누군가를 또 기다린다. 2020. 5. 7.
연휴의 고향길 월요일인 5/4에 연차를내니 엿새간의 긴 연휴가 생겼다. 원래 계획대로 동생네 사과밭에 사과꽃을 따기로 했다. 매년 이맘때쯤 사과꽃도 딸겸 또 고향마을에 지천으로 널린 취나물이나 고사리도 뜯을겸해서 형제간이 다 모인다. 읍내 딸래미집에 김여사가 준비한 밑반찬을 내려주고 바삐 지안재를 넘는다. 고향집에 들려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는 사과밭으로 향했다. 동생은 다른곳에 일이 있어서 일을 나갔고 제수씨 혼자서 사과꽃을 따고 있다. 부사는 냉해의 피해가 어떻게 날지 몰라서 열매를 맺는것 보고 딴다고 홍노나 솎아 내자고 한다. 홍노는 심은지 얼마 안돼서 그렇게 많이 딸것도 없다. 아래위 다 해서 200그루나 되려나? 오후에 도착한 막내네 부부와 함께 아랫쪽 꽃을 다 솎아냈다. 점심겸 저녁겸 시작한 삼겹살판에.. 2020. 5. 6.
오도재 가는길 존재감 과시하는 오토바이 떼거리들로 오도재 올라가는 길은 방방방방... 오늘도 쉼 없다. 오토바이떼가 무리로 지나간 길 뒤를 따라서 알록달록 온갖색으로 휘감은 자건거부대가 뒤를 따른다. 힘든 오르막길 주거니 받거니 걸쭉한 농지꺼리에 찌꺼덕 삐거덕 앞사람의 뒤꽁무니를 따른다. 오도재 아래살구지와 실봉 밭기슭에는취나물이 지천인데바쁘게 지나가는 이들에겐여유가 없다. 고무타는 냄새 풍기며 오르던 관광버스는중국산 역병에 밀려 없어졌지만지안재 먼당 노변 커피집은 한 숨 쉬어가는 이들로 비좁은 자리가 만석이고 오도재 아래 거북바위쉼터 주인장 형수님은 오늘도 바쁘다. 2020. 5. 6.
함양 청학산 한정식 토요일에 이슬이가 점심을 사 준다고 해서 겸사 겸사 함양에를 갔다. 시골에 점달이네 아지매네 집에서 김치도 얻어 와야 하고... 자식에게 밥을 얻어 먹을수 있다는게 내가 그만큼 늙어 간다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큰딸에게 대접받는 첫 식사가 좋다. 동생네 부부까지 해서 5명이서 즐거운 점심 식사를 한다. 12시에 예약이 되었는데 조금 일찍 도착을 했다. 예전부터 있던 건물이었던것 같은데 왜 못 봤지? 그동안 시골 가는길에 수십번을 지나 간 자리인데.. 이 마을 근처 사람들만 알고 있는 이곳의 고유 지명은 할개미 다. 지금은 조동또는 구룡 이라는 마을 이름으로 불리지만 예전 순 우리말로 부를때는 할개미라고 불렀고 지안재가 바로 마주 보이는 곳이다. 오래된 집처럼 보이는 한옥인데 입구에 청학산 이라는 간판이 있어.. 2015. 12. 7.
지리산 가을걷이 아침 바람이 조금씩 쌀쌀해 지더니 또 가을이 온다. 가을 햇살이 눈부신 어느날 가을걷이를 위해 월평을 간다. 하루전날 미리 출발해서 진주 병환이네에 들려서 오랫만에 담금주로 속을 달래고 아침에 출발을 했다. 친구에게 부탁해서 얻은 산삼주 한병이 아름답다. 저 큰 술병을 밤에 막내 매제랑 둘이서 다 비웠다. 김여사 눈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다. 언제 봐도 반가운 산삼주! 도착 했더니 제수씨가 이미 나락을 널고 있다. 올해는 매년 널던 주막앞이 아니라 사구실쪽에 널었다. 이곳이 차량의 통행이 훨씬 적다. 내년에도 이곳에 말려야 할듯하다. 앞에 있는 저수지의 경관도 좋고... 사구실 마을에는 빈집을 정리를 해서 폐가가 없다. 집 주인과 협의를 해서 마을의 우환인 폐가를 다 밀었단다. 그 결과로 타지 사람들이 .. 2015.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