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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7월의 고향

by 머구리1 2021. 7. 4.

금요일 오후

병원에서 2주 전에 떼어낸 대장용종의 검사 결과를 보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결과는 "별것 아니니까 잘 지내다가 3년 후쯤 한번 검사 해봐라" 였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다행이다.

그런데 용종의 크기가 5mm 정도면 다른 병원에서는 대부분 대장 내시경 검사 시 

제거를 하는데 유독 이 병원에서는 외래로 진료를 받게 해서 외래에서

제거 수술(시술)을 하게 한다.

회사 주치의에게 물어보니 이 병원만 유독 그렇게 한단다.

아마 병원 수입 문제도 있을 것이고 의사들의 경험도 쌓을 수 있기 때문 아닐까 한다.

실제로 내시경 검사 시 제거하면 오만 원만 더 내면 되지만 

외래를 통해서 할시 대략 삼십만 원 정도의 비용이 더 들어갔다.

이것은 내가 지불한 돈만 삼십이지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하는 돈까지 더하면

백만 원은 넘어가지 싶다.

 

그런데 특히 하게도 의사분이 정말 친절하다.

친절한 의사가 특이하게 보이는 세상이 우습기는 하지만 

실제로 친절한 의사를 만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보니 

친절한 의사는 다시 한번 더 보게 된다.

 

 

병원 검진을 마치고

3주 만에 다시 고향으로 향다.

고향집을 다녀온지 3주밖에 안 됐는데 고향에 아재 한 분이 며칠 전 전화가 와서는

"왜 우리 집에 놀러 안 오냐?"라고 물어서 겸사겸사 들렸다.

지안재 넘어서 컨테이너 집 한 채에 살고 계시는 아재는 고향마을의 아저씨다.

친척은 아니지만 예전 시골마을이 그렇듯 내 아버지게 형님이라고 불렀으니

난 그냥 아재라고 부른다.

아재네 집에 도착했더니 아지매도 계시고 아지매의 오빠 되시는 분도 계신데

그 아지매의 오빠도 내겐 아재다.

고향마을에서 같이 살던 분들이 결혼을 하다보니 친구 겸 처남이고 그렇다.

처남과 매제가 초등학교 동기고 내 11회 선배이기도 하다.

두 부부가 계셔서 우리가 사 간 먹거리 조금과 아재가 따온 복숭아 

읍내에 아재의 딸들이 사 보낸 족발로 배를 채웠다.

 

아재는 한 동네의 친구 동생과 결혼을 하시고 고향에서 사시다가 애들 낳고도

한참을 사시다가 애들 교육문제도 있고 해서 부산으로 이사를 가서 잘 살았는데

작년에 가슴 아픈 일을 겪고 나서 고향마을로 돌아온 경우다.

딸도 공부를 잘했고

아들도 공부를 잘했다.

아들내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의료대학원으로 편입 후 졸업을 했는데

부산에 대학병원에서 경력을 쌓은 후 지금은 같은 부산에 있는 개인병원에서

의사 생활을 하고 있다.

의사들의 월급이 대학병원보다 개인병원이 두배 정도 높단다.

경제적인 능력이 높은 집안에 사람들은 대학병원에서 명예나 권력을 원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급여가 높은 중소 병원으로 옮겨서 경제적인 안정을 원하는 것 같다.

 

이 아재의 가슴 아픈 사연은

큰 딸도 결혼해서 잘 살았는데 갑자기 암이 걸려서 손 쓸 새도 없이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40대의 젊은 나이다 보니 암도 빠르게 전이가 됐던 모양이다.

동생이 의사다 보니 여기저기 닿는 능력껏 알아도 봤지만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죽은 딸의 아들도 머리가 좋은지 서울대에 합격을 해서 다니고 있다.

자식 둘이 다 잘돼서 아무런 걱정 없이 살던 아재 부부는

딸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방황을 하다가 작년부터 고향마을 귀향 계획을 세워서

올해 귀향을 하게 되었다.

아지매는 아직까지 부산에 살고 계셔서 주말에나 내려오시는 정도다.

칠십이 넘은 부부지만 참 재미있게 사신다.

나도 고향 마을 오갈 때마다 들려서 그냥 커피 한잔 얻어먹고 오고

또 먹거리 조금씩 사다 드리고 했더니 좋아하신다.

고향마을에 들어온 후 작은 텃밭 수준의 농사일을 여가로 하면서

아주 재미있게 사시는 듯 하다.

 

 

이번에는 큰딸의 차도 손을 좀 봐주자고 했다.

여자애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관리에는 관심이 없다.

엔진오일을 갈고 공조기 필터를 갈고 하는 일들에 아예 관심이 없다.

심심찮게 차를 긁어먹어서 수시로 손을 봐줘야 한다.

그동안 조금씩 긁는 것이야 붓펜으로 해결했지만

이번에는 뒷문과 휀다, 범퍼까지 한 번에 긁어먹는 바람에 결국 부분 도색을 하기로 했다.

출발하는데 전화가 와서 전화 받는다고 옆 벽에 긁었단다.

사진에 보기보다는 심하게 긁혔다.

 

 

 

그전에 차 도색을 해 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데 겁 없이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배운 실력으로 따라 해 본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보는 것은 쉬워 보이는데 생각처럼 잘 안된다.

 

결국은 인내력의 싸움인 것 같다.

지루하더라고 얼마나 사포질을 잘하는지?

시간을 가지고 얇게 몇 번씩 스프레이를 도포할 수 있는지?

귀찮더라도 자국이 없어질 때까지 퍼티(빠대)를 바르고 사포질을 할 수 있는지?

결국 인내력이 부족한 나한테는 잘 안 맞는다는 거....

해도 해도 표시가 나는 자국 때문에 어느 순간 사포질을 타협을 보고 만다.

욕심을 내서 스프레이를 한번 더 뿌리면 흘러내리게 되고...

사진으로 보면 얼핏 표시가 안 나는 것 같지만 차에서 자세히 보면 표시가 난다.

색상 페인트가 끝나기 전에 비가 오는 바람에 제대로 안 됐다.

시간을 두고 날씨 좋은 날 제대로 하면 지금 보다는 나을 것 같다.

앞쪽에는 여름휴가 때 해 줘야 할 것 같다.

 

-유튜브에서 본 셀프 도색 방법-

1. 흠집 제거 : 흠집 부위 :#120~#400까지 사포 사용

                   다른 부위:#1000 사포

2. 퍼팅  : 단차가 없어질 때까지 퍼팅 및 사포질 반복

             면을 잡을 때는 거친 사포를 이용.

             최종 사포질은 #1000 이상의 고운 사포질 및 마지막은 물 사포질.

3. 프라이머 도색 :3회에 걸쳐서 도색을 하되 물 사포질을 겸할 것.

4. 색상 도색 :리버스 마스킹을 해서 다른 부위와 단차 방지.

                3회 이상 반복.

                급하게 하지 말고 잘 말린 후 반복

5. 투명페인트:1차 약하게 3차는 두껍게 진행할 것.

                   약 10분 간격.

 

사실 이것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작업 후 사과밭에 들렸다.

지난번에 삐약거리던 병아리는 이제 제법 자라서 병아리 티를 벗었다.

삼주만에 저렇게 컸다.

주변에 풀을 뜯어 줬더니 잘 먹는다.

 

 

사과밭 하우스에는 수박이 잘 익어가고 있다.

여름휴가 때는 복숭아와 더불어서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을 입구에 심어놓은 복숭아도 많이 열었다.

색깔이 빨갛게 익은 것이 있어서 먹어봤더니 아직 맛이 덜 들었다.

 

 

고향집에 심어둔 과실나무 세 개 중 하나가 죽어가고 있었다.

다른 것은 싱싱한데 왕자두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지난번에 잎에 벌레들이 있어서 모기약을 뿌렸더니 그것 때문에 죽은 것 아닐까 한다.

나무에도 약은 함부로 치는 게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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