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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기상 이변

by 머구리1 2021. 6. 23.

몇 년 전

때늦은 폭설로 사과밭 반이 내려앉았을 때가 4월 중순경이었다.

벚꽃이 지고 나서도 제법 시간이 흐른 시기여서 전혀 대비를 하지 못했다.

산까치 등 새의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했던 사과나무 위 그물에

습기 많은 봄눈이 차곡차곡 쌓였고,

지지하고 있던 파이프들이 그 무게를 못 이겨서 주저앉는 바람에

7년을 잘 키워서 이제 본격적으로 수입을 내야 할

천육칠백 평의 사과나무가 그대로 부러져서 못쓰게 되어버렸다.

최소 몇억의 피해를 입힌 사과밭은 어디서도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자연재해로 인한 사과열매는 대부분 보험을 들어 놓지만

나무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 밭은 그 몇 년 전에도 태풍 매미로 인해서 

심었던 사과나무가 다 뽑혀서 한동안 그냥 밭으로 쓰던 곳이기도 하다.

 

다시 심은 사과나무는 올해부터 몇 개씩의 사과를 매달고 있고,

이제 이삼년 후면 어느 정도는 수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렇게 피해의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 가고 있는데

어제저녁에 고향에는 우박이 많이 왔단다.

큰애가 보내온 동영상을 보니 굵은 우박 알갱이들이

무섭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곳에도 예보 없는 폭우가 쏟아졌다.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저녁 내내 많이 쏟아졌다.

그래도 비만 왔으니 별다른 피해는 없는데

우박이 쏟아진 농가에는 또 피해가 많지 싶다.

특히 열매가 제법 자랐을 

복숭아 자두 사과는 피해가 더 심할 것 같다.

지난번에 갔을 때 홍노는 제법 열매가 애들 주먹한하게 컸었는데

이번에는 또 얼마나 피해를 봤을지....

이제 농사도 천운에 맡겨야 할 시기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모든 과실을 비닐하우스로 덮기도 어려울 것이고...

 

며칠 전 본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한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환경운동을 하는 19살 소녀가 한 말이다.

"탄소 배출을 가장 적게 한 사람들(아프리카 알래스카 열대우림 원주민 등)이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제일 먼저 또 제일 많이 보고 있다."

 

인간이 망친 자연환경은 받은 만큼

기상이변으로 되돌려 주지만 

그 몫은 항상 힘없고 죄없는 사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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