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어제 넷플릭스를 뒤지다가 찾은 영화다.
출연진 중 이름을 아는 사람은 최민식 한 사람뿐이다.
어쩌면 최민식으로 시작해서 최민식으로 끝난 영화가 아닐까 한다.
다른 사람들의 역할도 있긴 하지만 최민식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 보니
다른 출연진들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흥행 기록을 보니
관객 53만으로 흥행에는 실패한 영화로 보인다.
탈북한 천재 과학자 리학성이
우리나라 최상위 그룹에 속해있는 자사고 동훈고의 경비로 숨어 살고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사배자(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한 한지우 두 사람의 관계와 주변의 환경으로 그려진다.
친구의 술 심부름을 하다가 경비 리학성에게 걸린 친구들의 배신과
자신의 침묵으로 독박을 쓰고 경비실에 하룻밤을 묵기로 하면서
둘의 만남이 시작되고 영화가 전개된다.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이상한 나라로 추정할 수 있는 정치 문제인지
수학자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고교 교육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둘 다를 노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수학이 좋았다.
그런데 북에서는 수학을 무기 만드는데만 쓰기에 남한을 왔는데
남한에서는 수학을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서만 쓴다.
안타깝다"
이 대사가 영화의 전부를 함축하는 것 같다.
사배자 신분에, 수학 또한 자사고 수준을 못 따라오는 한지우에게
전학을 권하는 담임을 욕할 수는 있겠지만
요즘 고등학교에 그렇지 않은 선생이 몇이나 될까.
비참한 우리의 정치적인 현실이나 교육적인 현실이
영화에 그대로 들어 있다.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본 영화 중에서는
참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범죄와의 전쟁처럼 자극적이지 않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제법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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