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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당고모

by 머구리1 2022. 6. 27.

양읍에 당고모 한 분이 사시는데 내게 참 고마운 분이다.

어제 사과밭에서 동생이 고모님이 사고가 났었다고 해서 들려보았다.

퇴원을 해서 혼자 계시는데 얼굴은 밝지만 몸은 많이 불편해 보였다.

당고모란, 내 아버지의 사촌 여동생이나 사촌 누나를 말하는데 이 고모님은 

동생이었고 우리 집 바로 앞집에 사셨다.

 

산골짜기인 고향마을에서 태어난 고모님은 시골이 아닌 함양읍으로 시집을 가셨다.

그러다 보니 함양읍에 사는 죄로 조카들을 많이 돌봐야 했다.

내 고향 마을이 워낙 산골이어서 중학교 때부터 우린 자취를 해야 했다.

마을까지 오는 버스도 없는 데다 거리도 10km가 넘는 산길 때문이다.

해서 중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은 100% 함양읍에다가 방을 얻어놓고 자취를 해야 했다.

그 당시 열네 살짜리 남자애가 밥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만은 그래도 해야했다.

밥만 해서 먹고 반찬은 집에서 가져다 먹는다.

여자들이야 그보다 더 어려도 밥을 잘했지만 남자들은 노동은 잘 하지만 밥은 잘 못했다.

그래서 읍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은 그 집에 자식들을 맡긴다.

대신 자식들이 먹을 쌀에 약간의 쌀을 더 얹어서 주는 방식이다.

아울러 연탄을 안 때고 나무를 때는 고모집에는 땔감용 나무를 지원해 준다.

지금 동남아처럼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친척간에 그렇게 민폐를 많이 끼쳤다.

그래도 지 자식 키우기도 어려운 세상에 조카들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 고모님은 그 걸 다 하셨다.

나뿐만이 아니라 내 6촌 형님과 누나 둘과 또 자신의 친조카까지 중학교 졸업 때까지 돌보셨다.

난 2학년 때까지 있다가 3학년 때는 동생이 입학을 하는 바람에 같이 방을 얻어서 나왔다.

그 당시 고모님은 자기 시숙의 아들까지 한 명 데리고 있었다.

시숙이 죽는 바람에 조카를 떠안아서 키우고 있었는데  나보다 세살이 많았던 그 형님은

결국 마지막엔 서운한 것만 생각났는지 안 좋게 떠나가버렸다.

또 자기 시누이 아들까지 데리고 있었으니 사람에 신물이 날만도 한데 참 잘하셨다.

그것도 모자라서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있었고 

자신의 자식만 해도 딸 한 명에 아들이 셋이었다.

췌장암으로 일찍 돌아가신 고모부님도 참 좋은 분이셨고

두분의 금슬이 그렇게 좋았다.

 

인간이라는 게 받은 빚은 안 까먹지만 줘야 할 빚은 잘 까먹는다.

나도 한동안 고모님을 잊고 살았다.

그냥 행사 있을 때 얼굴 보고 인사하는 게 다였다.

우리 집 김여사 역시 결혼하고 내 막내의 학비를 댔다.

그러면서 그 고모님에 대한 고마움이 다시 느껴졌다.

내 친동생한테 들어가는 돈도 어느 땐 힘들 때가 있는데 친조카도 아닌

5촌 조카를 돌본 고모님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해서 결혼 5년 차엔가 김여사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고모님께

선물이라도 하나 하고 싶다고 했더니

김여사도 흔쾌히 오케이를 해서 순금 팔찌를 좋은 놈으로 하나 구입해서 선물했던 적이 있다.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몇 년 뒤에 그 팔찌를 잃어버리셨다고 참 원통해하셨다.

그 뒤로는 자주 찾아뵙고 용돈도 드리고 밥도 사 드리고 사과 밭에도 가끔 오신다.

내 딸내미 집 구경을 시켜 드렸더니 자신의 친 손주처럼 좋아하셨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2년간을 못 찾아뵈었다.

사람이 못 만나다 보니 잊히게 된다.

 

한 달 전쯤 자전거를 타고 오시다가 넘어지셔서 많이 다치셨단다.

연세가 있는 데다가 골다공증이 있어서 뼈가 약해져 있단다.

갈비뼈가 몇 개 골절돼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던 모양이다.

이제 퇴원해서 조금씩 다시 운동삼아 돌아다니시고는 있지만 힘들어 보였다.

진작 찾아봤어야 했는데....

 

용돈 얼마로 내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 건 아닌지 자문해본다.

은혜를 잊는 부끄러운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할 텐데....

그 고모님 시골집 담벼락에 매년 앵두가 풍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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