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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MBC 여성 시대 당첨글,

by 머구리1 2013. 1. 11.

이 부부가 살아가는 법(부제:못 믿거나 부럽거나)

 

웃기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행복한 이야기라서 글 올려 봅니다.

 

올해 52 49세인 우리 엄마 아빠 얘기 입니다.

 

못 믿겠지만

만난 지 4주 만에 결혼을 하였답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 11 28일에 선을 봐서 1225일에 결혼을 하였답니다

지금도 엄마 아빠의 결혼 기념일엔 전 세계가 휴일로 지정 되었다고 아빠는 자랑 하십니다.

처음 만난 지 2주 만에 결혼식 날 잡고 다음주 예물하고 그 다음주에 결혼식을 하였고

아빠는 결혼식 날 엄마 손을 처음 잡아 봤답니다.

그것도 아빠는 원래 엄마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보러 갔는데 그분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대타로 나온 엄마와,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을 보게 되었답니다.

조선시대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해에 일입니다.

 

못 믿겠지만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저희들은 부모님이 싸우시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또 뭐가 그렇게 좋으셨는지 저 포함 3남매를 자식으로 두셨습니다.

 

못 믿겠지만

자식이 셋이면서도 엄마는 24년간 전업 주부 십니다.

아빠가 사업을 하시냐고요?

그냥 평범한 월급쟁이 십니다.

아빠는 엄마가 고생 하는 것이 싫답니다.

그냥 엄마는 집안에서 살림 잘하고 애들 잘 키우는 게 최고로 잘하는 거랍니다.

 

 

못 믿겠지만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게 사십니다.

한번도 경제 활동을 해 본적이 없는 엄마지만 아빠에게는 항상 이깁니다.

퇴근을 하면 아빠는 자주 엄마에게 안마를 해 주십니다.

엄마가 옆에 계시면 아빠는 자동 안마기가 됩니다.

몇 일 전에는 두분이서 청학동 놀러 다녀 오시면서 발바닥 지압 봉 까지 사 오셨습니다.

물론 이 지압 봉은 엄마 전용 입니다.

휴일 날에는 아빠가 식사를 준비합니다.

아빠가 한 매운탕이나 김치 찜은 우리 집 최고의 인기 메뉴 입니다.

물론 설거지도 깔끔하게 잘 하시고요.

저는 어릴 때 고기는 항상 남자들만 굽는 줄 알았습니다.

고기 집에 가면 항상 아빠가 고기를 구웠거던요.

저희 엄마는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봅니다.

 

 

아빠가 조금 모자라 시냐고요?

못 믿겠지만

저희 아빠는 모자라시지는  않습니다.

지리산 골짜기 지지리 가난한 집에서 5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덕분에

공고 졸업이 최종학력이신 아빠는 H그룹에 다니시다가 S그룹에 스카우트가 되셨고.

대기업인 현재의 회사에서 생산직 중 최고의 직위와 직책을 최연소로 진급하신 분입니다.

주변 말로는 그 당시에는 공립 기계공고에 들어 갈려면 공부도 제법 잘해야 했다고 합니다.

 

아빠가 힘이 약하냐고요?

못 믿겠지만

어떤 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시골에 아빠의 친척 동생 되시는 분이 술 취해서 실수를 하셨는데

화가 난 아빠한테 맞아 죽을 뻔 했습니다.

그 당시 엄마와 저는 울고만 있었고요..

한때 아빠의 별명이 깡패였던 적도 있습니다.

단지 엄마 에게만 약합니다.

 

저희 집 현관에서는 매일 아침 6 10분이 되면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못 믿겠지만

50대인 엄마 아빠의 출근 키스 소리 입니다.

방에 있는 저희 귀에 들릴 정도로 심하게 쪽 쪽 소리가 납니다.

요즘은 제가 거실에 있어도 그냥 진행 합니다.

그냥 하는 것도 아니고 야무지게 보듬고 쪼옥 쪼옥 소리가 몇 번 나도록 합니다.

저는 그냥 투명 인간 입니다.

 

못 믿겠지만

애를 세 명이나 키우면서도 부부 여행을 아주 자주 가십니다.

제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부모님이 휴일만 되면 어디로 나가 십니다.

3 수험생이 있어도 별로 변함이 없습니다.

올해도 막내가 고3인데 여전히 지난주에도 12일로 다녀 오셨고 이번 여름 휴가도

2주 동안 두분 이서만 놀러 가신답니다.

휴일 날 집에 계시는 것을 잘 못 봅니다.

물론 그때 집에서 살림은 제 담당 입니다.

 

엄마가 무지 미인일것 같다고요?

못 믿겠지만

엄마 키는 160이 안 되고 몸무게는 비밀이지만 절대 날씬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귀여운 인상 입니다.

아니 제가 봐도 귀엽습니다.

그리고 목소리가 참 예쁩니다.

그리고 음식을 참 잘하십니다.

그리고 뜨개질도 잘하십니다.

그리고 살림을 참 잘 하십니다.

그리고 주변 분들 말씀이 아빠가 장가를 참 잘 갔답니다.

그리고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추어 화장을 꼭 하십니다.

그리고 전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 계실 적에 엄마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참 친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 한 사람이 저희 엄마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매번 아끼는 맥주 몇 병을 숨겨 놓았다가 엄마에게 살째기 주셨습니다.

엄마는 맥주밖에 못 드시거든요.

 

 

언젠가 아빠에게 어떻게 하면 엄마 아빠같이 재미있게 살수 있냐고 여쭤봤습니다.

뭇 믿겠지만

"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합니다.

부부간에 내 것이라고 생각 하기 때문에 싸움이 생긴 답니다.

옆집 아줌마가 나한테 밥해주고 내 부모님께 잘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고맙겠냐”고

말씀 하셨습니다.

부부간에 내 것이라는 생각만 버려도 다툼의 반은 없어 진답니다.

 

이제 믿을 수 있겠지만

아빠는 아직도 프로포즈 할때 약속을 지키려고 한답니다.

"내가 가난해서 고생 안 시킨다는 약속은 못하지만, 절대 후회는 하지 않게 하겠다"

그 약속은 죽을 때 까지 유효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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