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부가 살아가는 법(부제:못 믿거나 부럽거나)
웃기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행복한 이야기라서 글 올려 봅니다.
올해 52세 49세인 우리 엄마 아빠 얘기 입니다.
못 믿겠지만
만난 지 4주 만에 결혼을 하였답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11월 28일에 선을 봐서 12월25일에 결혼을 하였답니다
지금도 엄마 아빠의 결혼 기념일엔 전 세계가 휴일로 지정 되었다고 아빠는 자랑 하십니다.
처음 만난 지 2주 만에 결혼식 날 잡고 다음주 예물하고 그 다음주에 결혼식을 하였고
아빠는 결혼식 날 엄마 손을 처음 잡아 봤답니다.
그것도 아빠는 원래 엄마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보러 갔는데 그분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대타로 나온 엄마와,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을 보게 되었답니다.
조선시대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해에 일입니다.
못 믿겠지만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저희들은 부모님이 싸우시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또 뭐가 그렇게 좋으셨는지 저 포함 3남매를 자식으로 두셨습니다.
못 믿겠지만
자식이 셋이면서도 엄마는 24년간 전업 주부 십니다.
아빠가 사업을 하시냐고요?
그냥 평범한 월급쟁이 십니다.
아빠는 엄마가 고생 하는 것이 싫답니다.
그냥 엄마는 집안에서 살림 잘하고 애들 잘 키우는 게 최고로 잘하는 거랍니다.
못 믿겠지만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게 사십니다.
한번도 경제 활동을 해 본적이 없는 엄마지만 아빠에게는 항상 이깁니다.
퇴근을 하면 아빠는 자주 엄마에게 안마를 해 주십니다.
엄마가 옆에 계시면 아빠는 자동 안마기가 됩니다.
몇 일 전에는 두분이서 청학동 놀러 다녀 오시면서 발바닥 지압 봉 까지 사 오셨습니다.
물론 이 지압 봉은 엄마 전용 입니다.
휴일 날에는 아빠가 식사를 준비합니다.
아빠가 한 매운탕이나 김치 찜은 우리 집 최고의 인기 메뉴 입니다.
물론 설거지도 깔끔하게 잘 하시고요.
저는 어릴 때 고기는 항상 남자들만 굽는 줄 알았습니다.
고기 집에 가면 항상 아빠가 고기를 구웠거던요.
저희 엄마는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봅니다.
아빠가 조금 모자라 시냐고요?
못 믿겠지만
저희 아빠는 모자라시지는 않습니다.
지리산 골짜기 지지리 가난한 집에서 5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덕분에
공고 졸업이 최종학력이신 아빠는 H그룹에 다니시다가 S그룹에 스카우트가 되셨고.
대기업인 현재의 회사에서 생산직 중 최고의 직위와 직책을 최연소로 진급하신 분입니다.
주변 말로는 그 당시에는 공립 기계공고에 들어 갈려면 공부도 제법 잘해야 했다고 합니다.
아빠가 힘이 약하냐고요?
못 믿겠지만
어떤 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시골에 아빠의 친척 동생 되시는 분이 술 취해서 실수를 하셨는데
화가 난 아빠한테 맞아 죽을 뻔 했습니다.
그 당시 엄마와 저는 울고만 있었고요..
한때 아빠의 별명이 깡패였던 적도 있습니다.
단지 엄마 에게만 약합니다.
저희 집 현관에서는 매일 아침 6시 10분이 되면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못 믿겠지만
50대인 엄마 아빠의 출근 키스 소리 입니다.
방에 있는 저희 귀에 들릴 정도로 심하게 쪽 쪽 소리가 납니다.
요즘은 제가 거실에 있어도 그냥 진행 합니다.
그냥 하는 것도 아니고 야무지게 보듬고 쪼옥 쪼옥 소리가 몇 번 나도록 합니다.
저는 그냥 투명 인간 입니다.
못 믿겠지만
애를 세 명이나 키우면서도 부부 여행을 아주 자주 가십니다.
제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부모님이 휴일만 되면 어디로 나가 십니다.
고3 수험생이 있어도 별로 변함이 없습니다.
올해도 막내가 고3인데 여전히 지난주에도 1박2일로 다녀 오셨고 이번 여름 휴가도
2주 동안 두분 이서만 놀러 가신답니다.
휴일 날 집에 계시는 것을 잘 못 봅니다.
물론 그때 집에서 살림은 제 담당 입니다.
엄마가 무지 미인일것 같다고요?
못 믿겠지만
엄마 키는 160이 안 되고 몸무게는 비밀이지만 절대 날씬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귀여운 인상 입니다.
아니 제가 봐도 귀엽습니다.
그리고 목소리가 참 예쁩니다.
그리고 음식을 참 잘하십니다.
그리고 뜨개질도 잘하십니다.
그리고 살림을 참 잘 하십니다.
그리고 주변 분들 말씀이 아빠가 장가를 참 잘 갔답니다.
그리고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추어 화장을 꼭 하십니다.
그리고 전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 계실 적에 엄마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참 친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 한 사람이 저희 엄마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매번 아끼는 맥주 몇 병을 숨겨 놓았다가 엄마에게 살째기 주셨습니다.
엄마는 맥주밖에 못 드시거든요.
언젠가 아빠에게 어떻게 하면 엄마 아빠같이 재미있게 살수 있냐고 여쭤봤습니다.
뭇 믿겠지만
"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합니다.
부부간에 내 것이라고 생각 하기 때문에 싸움이 생긴 답니다.
“옆집 아줌마가 나한테 밥해주고 내 부모님께 잘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고맙겠냐”고
말씀 하셨습니다.
부부간에 내 것이라는 생각만 버려도 다툼의 반은 없어 진답니다.
이제 믿을 수 있겠지만
아빠는 아직도 프로포즈 할때 약속을 지키려고 한답니다.
"내가 가난해서 고생 안 시킨다는 약속은 못하지만, 절대 후회는 하지 않게 하겠다"고
그 약속은 죽을 때 까지 유효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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