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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어머니의 유언

by 머구리1 2014. 8. 7.

어머님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가실줄을 알았는지 살아 계실적에

농담처럼 우리에게 부탁을 하셨다.

 

내가 죽거들랑

화장하지 마라.

  아무리 죽은 몸이지만 불에 타는것 끔찍하다.

 

벌초할때 예초기 쓰지 마라.

  예초기가 무섭고 정신 없을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씨들 선산이 안 보이는곳에 묻어 줘라.

  죽어서까지 배가裵家들 종노릇 하기 싫다.

 

 

이중 두가지는 지켜 줬는데 예초기를 쓰지 말라는 한 가지는 못 들어 드렸다.

孝 보다는 편한것이 좋은 자식은 부모님의 부탁을 무시하고 예초기를 쓴다.

사실 예초기를 쓰지 않으면 산소가 자꾸 좁아지는 문제가 있다.

 

맨 마지막 부탁의 사연을 알면 참 가슴 아픈 이야기다.

자신의 시가인 배씨들의 집안을 그렇게 싫어 하셨다.

 

고향에는 집안 선산이 있고 또 어머님은 그곳에 들어가실 권리가 있지만

어머님은 그렇게 싫어 하셨다.

그래서 평소에 어머님이 경작 하셨던 밭에 자리를 잡아서 보내 드렸다.

일년 뒤 아버님도 같이 모시게 되었고..

 

그런데 그 밭에 문제가 생기려고 한다.

 

원래 그밭은 큰집 밭이었는데 큰집이 부산으로 이사를 가면서

큰어머니께서 내 아버지께 해준 것 없이 고생만 시켰다고

아버지를 주고 간 밭이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그 밭은 등기 이전을 하지 않으셨다.

아마 100여평 밖에 되지 않는 땅에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 밭이 큰 아버지 앞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 장손인 사촌 형님에게 그 밭을 팔라고 했다.

예전 일이야 어떻게 되어 있던, 지금 법적으로 내 밭이 아니니 앞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촌 형님은 끝까지 안 팔려고 했다.

이유는

"아버지 한테 받은 것 다 팔고 그것 하나 남았는데 그것은 남겨 둬야 겠다"란다.

이미 자기 땅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자 내 큰어머니가,

내 아버지께 준 땅이라는것을 잊은 것이다.

잊은 것인지 모른척하는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 당시만 해도 밭도 아닌 산이었다.

재산 가치가 전혀 없는...

 

아버님이 돌아가셨을때 또 한번 부탁을 했지만 끝까지 팔지를 않았다.

결국은 정리를 못 한것이 문제를 불러 올것 같다.

 

병원에 있는 큰 어머니가 이곳으로 오고 싶다는 것이다.

 

가꾸지 않았으면 산이 되었을 땅을,

부모님 산소로 쓰고 나서는 동생이 중장비를 가져다가

주변을 밀고 오미자 나무를 심어서 정말 보기 좋게 가꾸어 놓았다.

땅을 전부 정리를 하고 나니 자신들이 보기에도 좋아 보였나 보다.

 

그 오미자 밭에 오미자를 뽑아내고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냥 큰아버지 계시는 자리로 가면 안될까?

왜 늦게사 몽니를 부리는 걸까?

고향에 묻히고 싶단다.

그곳은 자신의 고향도 아닌데...

 

어제 장조카에게 전화를 해서 내 뜻을 이야기 했다.

너희들 밭이니 내가 강제로 못 오게는 못 하겠지만 가능하면 안 왔으면 좋겠다.

왜 어머님의 산소를 그곳에 썼는지도 이야기 해줬다.

"선산이 안 보이는 곳이라서 썼다"고...

 

 

단 한가지 이야기 못한 것이 있다.

 

어머님이 선산이 안 보이는 곳에 묻어 달라고 했던 가장 큰 원인 제공자가

큰 어머니라는 것.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지자 큰 아버지와 큰어머니가 전횡을 휘둘렀다.

제법 땅이 있었던 할아버지의 유산을 자신들이 몽땅 가진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버님이 군대를 제대할때까지 머슴처럼 동생을 부려 먹고는

살림이 날때는 가재가 발씻는 산속에 땅 한마지기를 밑천으로 주고는

쫒아 내듯이 내 보내셨다.

덕분에 내 부모님은 평생을 가난에 허덕이셨고..

 

 

그 분은 결국 아버지의  바로 위 형님이 사고로 돌아가시자 그분의

논을 뺏기 위해 자신의 동서를 내 보내고 시동생의 제사를 지내 준다는

핑계로 그 시동생의 논까지 자신이 먹었다.

그리곤 그 제사를 지내 주지도 않았다.

 

자신의 손자를 둘이나 낳아준 큰 며느리까지 정신 이상자로 만들어서 이혼을 시킨분이다.

덕분에 우리 집안 장손 조카는 집안 벌초나 묘사에 참석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 어머니에게, 우리 배씨들은 원망의 대상이었다.

그분들은 살아 오면서 평생을 내 부모님을 이용만 해 먹었지

도와 준 적이 없다.

 

그런데 그 원망의 꼭대기에 있는 큰어머니가 내 부모님 옆으로 오려고 한다.

참 미칠 노릇이다.

 

그네들의 생각이야 안 봐도 비디오다.

그곳에 묻어 놓으면 알아서 벌초 해 줄것 같고..

우리가 내 부모님과 같이 산소 관리 해 줄것 같은 맘일 것이다.

지금도 큰집에서는 막내 동생만 집안 행사에 오고 나머지 형제들은 오지 않는다.

하긴 지 어머니도 요양원에 처 박아 놓고 모른척 하는 사람들인데....

 

지금도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는 어차피 내가 관리 한다.

내 아버지가 평생을 관리 하셨고, 지금은 내가 한다.

일찍히 고향을 떠나신 그분들은 할머니 산소가 도로에 포함되자

보상비만 받고 그냥 깔아 버리자고 했다.

그 산소를 할아버지 옆으로 이장 하신분도 내 부모님이다.

 

무슨 낯으로 고향에 돌아 오려고 할까?

이런 나의 원망을 알고는 있을까?

 

땅판돈을 장남 모르게 전부 딸과 둘째 아들에게 주고는

장남과는 등을 돌리고 살고

그 덕분에 장남과 나머지 형제들은 서로가 웬수다.

 

그말이 들리고 나서...

동생은 더 이상 오미자 밭을 관리하지 않는다.

지난해에 태충으로 오미자 넝쿨이 쓰러지는 바람에 꽤 많은 돈을 들여서

다시 지주대를 튼튼하게 세우고 줄로 서로 야무지게 묶는 공사까지 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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