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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솥단지

by 머구리1 2014. 9. 22.

 

예전에 시골에서는 거의 대부분 음식이 이 솥단지를 통해서 만들어졌다.

곤로도 없고 연탄도 없던 산골에서 유일한 연료는 나무였고 그 나무를 때서 방을 따뜻하게

할수 있었고, 또 음식들도 할수 있었다.

 

불 조절이 잘 되지 않으니 지금처럼 얇은 냄비로는 음식이 잘 안 되었을것이고 해서

대부분 이런 무쇠 솥단지를 가지고 음식을 했다.

음식이라고 해 봐야 솥을 가득채운 밥에 희멀건 국물과 김치가 대부분이었겠지만..

 

저 솥단지에 들어가는 밥의 재료들도 시절에 따라 변해왔다.

국민학교 시절이던 70년대 초반까지는 약간의 쌀에 보리쌀이 기본으로 들어갔었고

또 고구마와 감자가 항상 들어갔었다.

때에 따라서는 무우채가 같이 들어간 밥을 했다가

또 조금 형편이 되는집에서는 무우채 대신 콩나물이 들어가기도 했다.

 

그럼 어머니는 쌀있는곳을 살살 돌려서 도시락을 싸주시기도 하고..

 

그것조차도 배불리 못먹고 하루 두끼로 때우던 시절이니 맛을 평가 하기는 그렇지만..

 

그때의 기억때문인지 난 아직도 고구마, 감자를 잘 안 먹는다.

가끔은 옛추억이 생각나서 콩나물 밥이나 무우밥을 아내에게 부탁하여 먹어보곤 한다.

요즘은 건강식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아직까지 내 입에는 별로다.

 

지금 우린 솥단지를 다 잃어 버리고 산다.

무쇠 솥단지에서 밥이나 감자가 익기를 기다리던 느긋함도 없어지고

아궁이 앞에서 쬐던 온기도 없어졌다.

 

배고픈 걱정이 없어진 자리에 성인병이 들어 앉았지만 아직도 주변을 둘러볼 여유는 없다.

그냥 바쁘단다.

그렇게 바쁜 하루가 지나고 저녁 잠자리에서 오늘 뭘 했는지를 생각하면

허무하다.

오늘 하루 마냥 바쁘게 살았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한것이 없는듯한 허무함...

그렇게 빠른 시간은 솥단지의 느긋함을 잃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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