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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김여사 생일

by 머구리1 2014. 9. 30.

곧 김여사의 생일이다.

보름을 하루 넘겨 나를 위한 빈자리가 생긴

음력 구월 열 엿새날

그녀가 세상에 왔다.

 

올해 힘든 고비를 넘긴 김여사에게 참 새로울 생일이다.

살면서 내게 올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암!

참 힘든 한해였다고 위로해 본다.

 

암 진단을 받고 애써 담담해 하던 표정이었지만 얼마나 두려웠을까?

수술을 받고 통증으로 힘들어 하던 밤..

내가 해 줄수 있는것은 김여사 손을 잡아 주는것 뿐이었다.

 

다시 기억하기도 무서운 항암의 고통..

설마 했지만 어김없이 찾아 오는 탈모..

두번째 항암을 하고 오던날 화장실에서

빠지는 머리를 어찌 할줄 몰라서

내가 면도기로 깨끗이 밀어 주었지.

눈물이 들킬것 같아서

"민머리도 예쁘다" 농담을 했지만

결국은 내 눈물을 들키고 말았다.

 

마지막 항암의 고통..

서울에서 한밤중에 출발해서 집으로 오는길

너무 힘들어 하는 김여사 때문에

내 피로는 생각할 여력도 없었다.

새벽 2시에 출발해서 담날 새벽 1시에 도착하는 힘든 일정..

도저히 안되서 마산 삼성병원을 찾아간날...

링거 설치대를 보면 토할것 같다고 덮어 달라고 ......

병원 문만 들어서면 구토가 나오고..

결국은 피를 뽑기전에 화장실에 가서

이미 헐어버린 식도로

피를 토하듯 헛 구역질을 했다.

그리곤 아무리 주물러도 편치가 않아서

잠시도 한자세로 있을수가 없었다.

 

"자기야 나좀 어떻게 해줘"라고 내게 사정을 하지만

그저 열심히 주무는것 외에는 아무것도 해 줄수 내 자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수가 없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 와중에 잠시 찾아온 평온의 시간에 나를 걱정하던 당신.

 

다시 한번 10년 전에 당신 생일날에 보낸 꽃바구니에 썼던 글로

내 맘을 대신할께.

 

태어나 줘서 고맙고,

   내게 와 줘서 고마워.

 

그리고 이번 생일날은 이 리본을 달거다.

내 허락없이

   아프지 마라.

 

순아!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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