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짜기 내 고향 월평에도
어김없이 봄이 핀다.
뿔땅골 범호네 산소옆에 아직 못다핀 참꽃 덩이가 예쁘다.
매화가 맨 먼저 꽃을 피우더니
늦을세라 참꽃과 이름모를 노란꽃들이 봄을 맞는다.
낮의 바람은 벌써 추위를 밀어서
따뜻한 봄 내음을 풍긴다.
올해 감나무를 뽑고,
사과나무를 심은 동생네 밭에는 이제 막 뿌리를 심은
사과나무 500여 그루가 위태롭게 흔들린다.
어린 나무는 뿌리가 흔들리면 죽는다고
지주대에 하나하나 묶어서 고정을 시켜주는 작업을 하고 왔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에 걸쳐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지주대를 고정하고
또 고정된 지주대에 사과나무를 고정 시킨다.
모든 농사일이 다 그렇지만 힘들다.
많이 힘들다.
매년 바쁘게 살아가면서
또 노후준비에 힘들게 일하는 동생이나 제수씨가
부러우면서도 애처롭다.
이제 나무들 조차도 스스로 세상을 지탱할수 없나보다.
봄에는 나무가지를 꺽어서 땅에 꽂아만 놔도 살아 났던것 같은데.
꺾꽃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많은 나무들을 살렸던 기억이 있는데,,,,
마을에 또 한 가정이 늘것 같다.
밭에 가는길에 쑥캐는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월평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한다.
선생님을 하시는 분인데, 서울에서 근무를 하다가
지리산 골짜기가 좋아서 일부러 함양으로 전근 신청을 해서
함양중학교에 근무를 하게 되었단다.
오식이네 집터와, 정배 아재네 집터 두개를 사고 집을 짓고 살 계획인가보다.
인상이 푸근하니 좋다.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던 담뱃집에 사시는 분도 처음 봤다.
사람이 귀한 곳이어서인지 아니면 산골의 푸근함인지
하루만에 두분이서 친구가 되었단다.
담뱃집에 사시는 분도 동네 분들얘기로는 재미있게 산다고들 한다.
세상 모든이들이 다 그렇게 재미있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동네에는 또 한 가정이 늘어서
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을것 같다.
억세고 술 좋아하는 동네 분들과 잘 맞을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을에 사람이 들어온다는 것은 좋은것이다.
누군가는 떠난 자리가
또 다른 누군가로 채워지나보다.
세상을 그렇게 들고 또 나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세상에 한 모습일것이고
언젠가는 그곳으로 돌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