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추석
고향집에 모인 매제 둘이서 송이버섯을 따러 가자고 한다.
매제들은 태어나서 송이버섯을 한 번도 따 본 적이 없고,
나 또한 동생 따라서 송이버섯 따러갔다가
눈먼 버섯 한 개를 따 본 적이 전부인 버섯 채취에는 젬병인 사람이다.
우리끼리 보냈다가는 엉뚱한 산만 헤매다가
애먼 산 탓만 할 것 같은지 동생이 같이 따라나섰다..
각자 흩어져서 산을 헤매는데 내 눈에 보일 리가 없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위쪽 능선으로 올라가니 매제 둘이서
아래 사진 비슷하게 생긴 큰 버섯 몇개를 들고는 내게 묻는다.
'냄새는 송이 냄새가 나는데 생긴게 영 송이와 다르니
송이버섯이 맞는지?' 내게 묻는다.
크기가 아래 사진보다 훨씬 더 컸는데
거의 공사장 안전모 정도 되는 크기였다.
이런 송이버섯을 본 적이 없는 내 짧은 식견으로
"이렇게 큰 송이가 어딨냐? 송이 아니다"라고 하고는
다 밟아서 버렸다.
산에서 내려와 동생에게 이야기하니 송이가 맞단다.
송이가 피면 그렇게 클 수도 있단다.
다시 올라갈 수도 없는 그때의 낭패한 심정이란....
매제들은 지금도 가을만 되면 그 송이 얘기를 한다.
송이 찾기가 초짜에게는 참 어려운것이
동생이 송이를 찾아놓고 반경 2m 내에 송이가 있으니 우리보고 찾아보라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못 찾겠더라.
동생이 갈비가 쌓인곳을 지팡이로 살며시 들어주니까
아래쪽에 최상품으로 보이는 송이 3개가 예쁘게 보이더라.
이런 사람들이 송이 캔다고 갔으니 송이가 웃을 일이다.
또 한 번은 산속에 있는 조부모님 산소 벌초를 하고 나오는데
숲 속에 아래 사진과 같은 버섯이 지천으로 깔려있었다.
그냥 보기에 독버섯 같아서 버려두고 나왔는데
며칠 뒤
버섯 채취를 하는 분 집에 가니 저 버섯을 평상에 모아 놨길래
물어보니 '꽃송이 버섯'이라고 식용 버섯이란다.
그 뒤로도 계속 조부모님 산소 벌초는 내가 하지만 그 버섯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인간은 아는 만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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