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나훈아 콘서트를 직접 본 적이 없다.
TV를 통해서나마 처음 그의 콘서트를 본 게 20여 년 전쯤 덴마크에서였다.
출장길에 들린 코펜하겐의 한국식당 사장님이자 그당시 덴마크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이셨던
사장님의 댁에 초정을 받아서, 저녁밥과 술한잔을 하면서 사장님이 소중하게 보관 중이던
나훈아 콘서트 비디오테이프를 몇 개 계속해서 봤다.
그전까지는 사실 나훈아라는 가수에게 관심도 없었고
그냥 트로트 잘 부르는 가수,
남진과 라이벌 가수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 당시 TV를 통해서 콘서트를 보면서 "와~ 대단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무대 스케일이나 카리스마가 TV를 뚫고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 나훈아씨가
금년 추석에 또 콘서트를 했다.
코로나로 인해
가수들이 제일 하기 싫어한다는 무관중 콘서트다.
콘서트를 한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추석 연휴에 고향집에서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하면서 알게 됐지만 고향집에 TV가 고장으로 나오지 않는 바람에 보지 못하고
토요일 저녁 늦게 한 재방송을 보게 됐다.
처음엔 재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출연료 없는 공연의 조건이었지만
너무 인기가 높다 보니 방송국에서 욕심을 냈는지 합의하게 결국 재방송을 하게 됐단다.
역시 나훈아였다.
내가 아니어도 여기저기서 나훈아 찬사가 흘러넘친다.
어떤이는 '홍시'라는 노래가 나올때 자기 아버지가
몇달 전 세상 떠나신 할머니 생각으로 그렇게 펑펑 울더란다.
특히나 맨 마지막에 부른 '사내'라는 노래는 제일 좋아하는 노래중 하나다.
요즘 광풍처럼 불고있는 트롯 열풍에 식상한 사람들에겐 신선한 바람이었지 싶다.
휴일날 채널 돌리다 보면 케이블TV 몇곳에서는 항상 트롯이 나온다.
비슷비슷한 포맷에 비슷비슷한 출연진에 눈에 피로만 쌓인다.
7080 노래를 좋아하고 트롯은 별로 안 좋아하는 나지만
나훈아의 노래는 대부분 좋아한다.
유튜브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이 기회를 놓칠까봐 온갖 뒷이야기들로 공간을 채운다.
그가 한 몇마디 말로 서로 자기편을 들어줬다고 지랄들이다.
그의 의사를 직접 확인도 못 했으면서 자기들 편한 대로 해석해서 그것이 맞다고 강요한다.
종편이라는 공해 방송에서는 그가 한마디 한 것을 지들 입장에 맞게 아전인수 해석을 해서는
보고 있는 무뇌들에게 자신들이 의도한 대로 믿어라고 강요한다.
누가 봐도 그 소리가 아닌데...
나훈아 콘서트를 본 젊은 사람이 댓글로 그랬단다.
저 사람이 정치나 종교 지도자가 아니길 다행이다.
저 사람이 정치나 종교 지도자였으면 그의 카리스마나 언변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들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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