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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추석

by 머구리1 2020. 10. 6.

금년 추석은 코로나로 인해 어수선한 추석이 될 것 같다.

추석 연휴 첫날 애들은 집에 두고 김여사와 둘이서만 고향길을 나선다.

명절 차례를 부모님 산소에서 지내는 관계로 매년 명절은 고향집에서 보내게 되고

추석엔 동생들 가족까지 함께 어우러져 꽤 시끌벅적한 명절 기분을 내곤 했다.

금년에 코로나로 인해 여동생 가족들도 오지 말고 그냥 각자의 집에서 보내라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큰 딸내미 집에 들러서는 커피 한잔 얻어 마시고 곧바로 고향집을 향했다.

 

언제나 정겨운 고향마을이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 월평리 

마을 개량 공사로 빈집이 철거되고 예전 부모님 세대의 사람들은 몇 안 남았지만

언제 가도 반겨줄 것 같은 고향마을이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 월평리 월평길 77-25 

새로 받은 우리 집의 주소다.

예전 주소는 월평리 381번지였다.

집에 도착하여 마당정리를 먼저 한다.

포장된 마당이 깔끔하다.

아직 뒤쪽 벽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이만해도 될 듯싶다.

 

집 안팎을  청소 후 뒷방에 있던 악기들을 앞쪽 작은 방으로 옮긴다.

전자드럼 모듈이 습기로 인한 것 아닌가 하고, 햇볕이 많이 들어서

습도가 낮고 환기가 잘 되는 작은 방으로 옮겼다.

커튼도 다시 달고 앰프들도 모두 옮겨서 자리를 잡았다.

이번에 구입한 일렉기타용 앰프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옮겨 놓고 보니 밝고 좋은데. 소리가 바깥으로 너무 쉽게 나가는 단점이 있다.

앰프 볼륨을 많이 줄여야 한다.

고장 난 전자드럼을 수리했는데 거짓말인것 같다.

고장난 곳을 찾아서 수리했다는데 수리전이나 같다.

돈만 버린 것 같다.아쉬운 대로 연습은 가능하다.

 

저녁에 동생이 송이를 가져왔다.

덩치는 작지만 수량은 만만찮다.

어림짐작으로 스무 개는 돼 보인다.

작긴 하지만 속은 알차서 맛이 일품이다.

동생 친구가 딴 것인데 저 정도 크기면 조금 더 두어서 따야 하겠지만

송이 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놔두면 다른 이 좋은 일 시킬 것 같아서 모두 따 왔단다.

사실 송이꾼들이 많긴 하다.

추석날에도 사과밭에서 보니 송이꾼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사람들의 문제가

마구잡이라는 것이다.

송이를 잘 따는 사람들은 송이만 따 가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바닥을 모두 긁어서

송이 씨를 말려버린다.

어떤 산은 갈퀴로 바닥을 긁어서 흙이 보이게 해 놓은 곳도 있다.

김여사는 고기와 함께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난 생으로 먹는 게 훨씬 향이 좋다.

동생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다.

 

추석날은 큰딸이 와서 부모님 산소에서 같이 차례를 지냈다.

몸이 안 좋은 제수씨는 참석을 못하고 동생과 조카만 참석해서 간단하게 차례를 지냈다.

차례 후 사과밭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또 동생이 어디서 멧돼지 고기를 가져왔다.

친구들이 산에서 새끼돼지를 막 잡았는데 불러서 먹다가 내 생각에 한 다리를 들고 온 것이다.

다른 먹거리가 많아서 맛만 보고 냉장고에 보관했는데 결국은 올 때까지 먹을 일이 없어서

나중에 동네 강아지의 식량이 되었다.

 

추석날 저녁

보름달이 맑다.

어디서 던 볼 수 있는 보름달이지만 고향마을에서 보는 달은 매번 새롭다.

사실 도시에서 여유 있게 달을 감상할 여유는 별로 없다.

달을 보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아파트 생활이 일상인 도시에서는 잘 되지 않는다.

고향마을에서는 집안 거실에서도 볼 수 있고 마당에 나가면 달과 함께 별들도

같이 감상할 수가 있어서 좋다.

같은 달이지만 고향마을에서 보는 추석 달이 더 맑아 보인다.

 

 

추석 뒷날은 송이를 얻어먹은 동생 친구와 동생에게 점심을 사 주려고 오도재 조망공원에 올랐다.

조망공원 식당이 괜찮다고 해서다.

이집은 음식값이 꽤나 비싸다.

산채 비빔밥이 1만원이다.

나물의 양이 많긴 하지만 유명관광지도 아닌 곳에서 비빔밥 한그릇에 만원이면 손님이 다시올까 싶다.

다른 음식들도 꽤 비싼 편이다.

어차피 뜨내기 손님이라 그런것인지도 ....

 

 

그렇게 3박 4일간의 추석 연휴는 끝이 났다.

이번 추석에는 코로나로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별로 없다.

조용한 고향집이 더 좋긴 하지만 올 수 있을만한 사람들도 안 온사람이 많아

코로나가 핑계가 된것 같아서 약간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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