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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아버님 기일

by 머구리1 2020. 10. 8.

오늘이 열다섯 번째 아버지 기일이다.

예전 같으면 5남매 식구들 맞을 생각에 신경꽤나 쓰이고 

김여사의 스트레스도 상당했을 즈음이나 

불효스런 아들과 몸 시원찮은 며느리로 인해 어머님 제사와 합친 지 3년이다.

16년 전 어머님 돌아가시고 일 년 뒤 아버님 돌아가신 후 

11년간을 따로 모시다가 김여사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같이 모시게 됐다.

 

살아생전 제대로 하지 못한 효도가 사후에 제사 잘 지낸다고

그 죄가 사하여질 것은 아니나

그래도 제사때 시끌벅적하게 이틀을 보내고,

동생 부부들의 넘치는 공치사에

뭔가 효도를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사후에 하는 효도야 내 맘 편하자고 하는 짓이니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제사란 게 돌아가신 분 공양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식들의 한번 더 만남이려니 생각하고

애써 자위한다.

 

음식 제사상 가득 차린다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드실 것도 아니고

그냥 남매 가족들간 모여서 부모님 한번 더 추억하고

남매들 간 우애 더 챙기는 것으로 만족한다.

부모님의 공덕인지

다행히 형제간, 남매 자매간 아무런 다툼 없이 정 있게 잘 지내니

이 또한 부모님의 보살핌이려니 한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조실부모하고

평생을 풍요롭지 못하게 살다가 가신 부모님들이지만

그래도 자식들에게는 잘하신 분들이다.

지리산 골짜기 한 마을에서 태어난 내 초등학교 동기 열댓 명 중에

중학교를 진학한 친구들는 댓 명 안팎이고,

고등학교까지 간 친구들은 그중에 반밖에 안 된다.

동네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집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나와 내 여동생들 셋까지 

그 가난 속에서도 고등학교까지는 보내 주셨다.

동네 사람들에게 바보 소리를 들어가면서....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공장으로 남의 집 식모로

돈 벌러 보내던 시절의 지리산 깡촌에서

가진 것 없던 부모님들이 아들 딸 고등학교 보낸다고

동네에서는 흉본 사람들이 많았다.

 

부모가 짐이 되는 세상이다.

늙음이 버려짐을 뜻하는 세상이다.

내 부모님은 내게 짐이 될 새도 없이 예순여섯, 일흔의 나이에 그렇게 바삐 가셨다.

마지막까지도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었나 보다.

 

나 또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요즘 자식에게 올인하고 늙어서 서로에게 짐이 되는 노인네들이 많다.

나 스스로 자식들에게 올인하지도 않았고,

내 노후로 인해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 스스로 노후 대비는 했다고는 하나

세상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다.

 

나 또한 적당한 수명대로 살다가

부모님들처럼 가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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