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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망원동 브라더스

by 머구리1 2022. 3. 11.

 

망원동 브라더스(김호연)

지난번에 읽었던 '불편한 편의점'이 재미있어서 선택한 김호연 작가의 소설이다.

이 책을 주문하기 전에 나는 김호연 작가가 여자인 줄 알았다.

'불편한 편의점'에서 글의 진행이 아기자기 하기도 했고

작가의 이름과 책의 내용 또한 여자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아마 그런 생각은 안 들었을 것이다.

이책은 불편한 편의점보다 빠른 2013년 작품이다.

먼저 읽었으면 좋을뻔 했다.

예전에 이외수 작가가 좋아서 그의 책을 많이 사 읽은 적이 없다.

이외수 작가의 책을 대부분 읽었었는데 지금까지 기억나는 책은 한권도 없다.

안타까운 기억력이다.

 

 

이번에도 역시 촌놈답게 책을 읽기 전에 카카오 맵으로 망원동이 어딘지부터 찾아봤다.

내가 알고 있는 서울은

김여사가 가는 건국대 병원 가는 길과

부자 친구가 사는 여의도뿐이다..

병원에서 시간이 남은 어느 날 경복궁과 창경궁도 둘러본 적이 있긴 하다.

망원동은 마포구라고 되어 있는데 이 동네가 어떤 동넨지는 모른다.

 

몇 페이지의 책장이 넘어갔을 때쯤 난 만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후줄그레한 티셔츠를 입은 캐나다 기러기 아빠 김 부장은 도수 높은 안경을 썼을 것 같고,

욕실이 큰 영준의 옥탑방도 만화같이 그려졌다.

보지 않아도 대머리가 약간 까졌을 것 같은 모습으로,

텐트 기둥을 잡고 김 부장에게추가 방값을 요구하는  집 주인 슈퍼할아버지는

어느 만화에선지 모르지만 꼭 '독고'씨 성을 가진 대머리 할아버지 일 것 같다.

왠지 만화가 허영만을 닮았을 것 같은 싸부.

수유녀 선화는 꼭지 머리를 했을 것 같았다.

왠지 개구쟁이 일 것 같은 얼굴이지만 어두운 기운을 가진 삼척동자

개콘 같은 스토리의 전개.

 

작가 소개를 다시 봤더니 작가는 만화 스토리 작가를 했었단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이중간첩'이란 영화 시나리오도 썼다.

이 책은 흔히 소설에 많이 나오는 사회에 대한 원망이나 반항 같은 것도 없다.

뭔가를 찾을 필요도 없이 그냥 재미로 읽으면 될 것 같다.

그냥 재미있는 만화를 본 느낌이다.

주인공 영준의 옥탑방에 이런저런 사연으로 몰려든 '싸부'와 '김 부장' '삼척동자'

그리고 집주인 '슈퍼할아버지'와 손주 '석이'.

마지막에 등장하는 '선화'.

기타 등등의 몇몇 조연들이 만들어 가는 재미있는 삶이다.

아마 영화로는 만들어도 별 재미가 없을 것 같고

웹툰으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연극으로는 공연이 됐었단다.

 

 

어쩌면 세상에 대한 원망이라고 보이는 구절은 아래 구절밖에 안 보인다.

털이 잘 관리된 애완견이 지나가는 게 보인다.

누가 저렇게 관리해주고 밥을 주고 키워주는 걸까?

아버지가 부자이거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면 성인이 되고 자기 꿈을 꾸며 살기엔 너무나 힘든 세상이다.

그래, 루저의 푸념이다.

하지만 루저가 너무 많다.

나도, 옆의 김 부장도,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석의 아버지도 모두 루저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 일지도 모르겠다.

"모르셨어요?

법 만드는 놈들이 부자니까 부자가 살기 좋은 대로 다 세팅되는 거."

 

마지막은 명랑 만화답게 해피엔딩이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다 해결되고 자신들의 멋진 삶을 찾아가는 그림들이다.

무슨 교훈을 찾으려면 읽어봤자 찾을 게 없으니 포기하고

그냥 재미있는 만화책 한 권 읽는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책이 두꺼워서 만화책이라면 10권은 나오지 싶은 분량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덕분에 김호연 작가의 '파우스터'가 구입 목록에 들어가 있다.

이러다 팬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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