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가는 이야기

주말의 고향 나들이

by 머구리1 2022. 3. 20.

코로나 시기라 어디 갈 곳도 없고

시간 날 때마다 고향집을 들린다.

돈도 별로 들지 않을뿐더러 가까워서 한 달에 한 번은 가는 편인데

이번엔 틈이 조금 길었다.

설 다음 주에 다녀왔으니 5~6 주만에 찾은 것 같다.

금요일 저녁은 큰 딸네 집에서 잤다.

 

큰딸이 한우로 한상을 차렸다.

함양에 안의도 한우가 유명하다.

그런데도 사실 한 번도 못 먹어봤다.

안의면은 같은 함양이면서도 타지 같은 느낌이다.

함양 내에서 제일 발전이 많이 된 지역이고

고등학교까지 자체적으로 있다 보니 같이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다.

타 지역 사람들 중에는 함양 과 안의가 다른 군인 줄 아는 사람들도 많다.

성과급을 잘 받았다고 기십만원 어치는 되어 보이는 한우로 술상을 봤다.

소주 한 병을 겸해서 저녁을 때웠다.

잘 받아봤자 뻔한 공무원 성과급일 텐데 고마우면서도 조금은 미안하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눈이 많이 온다.

잠결에 들은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눈 오는 소리였던 것 같다.

다행히 날이 따뜻해서 쌓이지는 않고 길에는 대부분 녹았다.

피었던 매화가 놀랬지 싶다.

 

고향마을 지안재에도 눈이 제법 왔다.

잠깐 차를 세워두고 사진 한 장을 찍어본다.

이곳에는 사람이 많아서 차를 잘 세우지 않게 된다.

 

 

오도재 옆줄기의 유리밭골도 산등성이에는 눈꽃이 쌓였다.

 

 

마당에 울타리를 설치를 했다.

작년에 마당 공사를 하면서 마당이 높아져서 위험해졌다.

부주의나 취기로 추락을 할 수도 있고 그럴 경우 많이 다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서 울타리 재료를 사다가 놓고도 그동안 날씨가 추워 설치를 못했었다.

이번에 날씨가 조금 나아서 설치를 하긴 했는데 설치 도중에 눈도 오고 해서 어렵게 했다. 

이것도 소부재가 모자라서 마무리는 못했다.

볼트와 클램프가 모자라서 세칸은 다음에 해야한다.

 

 

옆집도 공사가 끝났다.

고향 후배가 귀향을 위해서 집을 지었는데 이놈의 담벼락만 보면 화가 난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지?

최소한 사람은 지나갈 수 있게 해주지.

 

 

옆집이 완공되는 바람에 악기들도 옮겨야 했다.

원래는 옆집쪽 방에 설치했던 것인데 소음에 옆집이 불편해 할 것 같아서 반대편 방으로 옮겼다.

아직 이사는 오지 않았지만 시간 날 때 미리 옮겼다.

옆집에 후배도 계획이 바뀌어서 바로 오지 않고 몇 년 있다가 올 수도 있단다.

아내와 합의가 안 된 모양이다.

어쩌면 안 들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첫차가 도착했다.

40년이 넘게 다닌 이 버스들의 운행시간은 여전히 똑같다.

오전 7시, 10시, 오후 3시 20분, 7시 20분 하루 네 번 온다.

이 마을에 버스가 처음 들어오던 시절에는 함양읍에서 오는 길이 전부

비포장 길이어서 40 분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버스도 20 분만에 도착한다.

세상도 딱 그정도 빨라졌다.

눈이 오면 못 오지만, 그렇지 않으면 손님이 있던 없던 매일 온다.

우리 마을이 종점이다.

그만큼 고향마을은 오지다.

 

 

동생의 포크레인도오늘은 휴식이다.

바쁘게 움직였던 일주일을 뒤로하고 오늘은 쉬는 모양이다.

요즘은 공사판도 토요일 일요일은 쉰단다.

토요일은 산에 새로 마련한 밭에 나무를 심었다.

 

 

조금은 느린 산골의 아침해가 동산을 넘어온다.

집 거실에 앉아서 보는 해돋이가 보기 좋다.

오늘 함양군 휴천면 월평리의 일출은 7시쯤 일것 같다.

마을 회관 앞에 첫차가 기다리는 것을 보니 그 시간쯤 되나 보다.

 

 

동생의 사과밭은 봄맞이 준비가 끝났다.

가지치기를 말끔히 한 사과나무는 이발 마친 남자의 얼굴 같다.

깔끔하기는 하지만 뭔가 어색한...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랙박스  (0) 2022.03.23
배려  (0) 2022.03.21
함양에 눈온다  (0) 2022.03.19
책 선물  (0) 2022.03.17
이른 아침  (0) 2022.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