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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배려

by 머구리1 2022. 3. 21.

 

부산에 살던 마을의 후배가 고향마을 우리 집 옆에 집을 지었다.

처음에는 작년중으로 이사를 온다고 하더니 집사람과 합의가 안 되었는지

몇 년 뒤에 들어올 것 같다고 한다.

집을 짓는 것은 알았지만 나도 그렇고 그 친구도 그렇고 한 달에 한 번도 안 가다 보니

한 번도 얼굴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어느 순간 집을 완공했는데 저 모양을 해 놨다.

담을 설치 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우리 집 벽에 딱 붙여서 담을 쌓아놨다.

이곳으로 가면 우리집 보일러실이 있다.

결국 우리는 보일러실을 가려면 반대쪽으로 빙 둘러서 가야 한다.

 

그동안 동네 선배가 꼰대질 한다고 할까 봐 집 짓는 동안 한 번도 싫은 소리를 안 했다.

고향 들어온다는 후배가 반갑기도 하고 이웃이기도 하니 잘 지내보자는 생각이 컸다.

집 짓는 동안에도 우리 집 마당을 어지럽히고 가끔은 

옥상과 계단도 콘크리트로 어지럽혔지만 말하지 않았고 그냥 "치우겠지" 했다.

담을 보고는 화가 많이 났다.

 

앞번에 만나서는 결국 이야기를 했다.

"아무리 네 땅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심한 것 아니가?

 보일러실 들어갈 공간은 둬야지 저렇게 막아버리냐?

 우리 집 마당과 옥상 한번 봐라 어떻게 돼있나.

 선배가 꼰대 짓 한다고 할까 봐 한 번도 말 안 했는데 너무 한 것 아니가?" 했더니

 

"죄송합니다.

공사기간 동안 친구에게 맡겨놓고 저도 두 번밖에 못 와봤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계속 화를 낼 수도 없고 당황스럽다.

만들어 놓은 담을 철거 하라고 할 수도 없다.

그냥 불편하나마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

조금만 배려가 됐으면 좋았겠지만....

 

이 친구도 좀 맹한 구석이 있다.

국민학교 졸업하고 도시로 나가서 주방에서 일을 배워서 성공을 한 친구다.

부산에서 꽤나 큰 식당을 했다.

자식도 없고, 일에 지치고 삶에 지쳐서 귀향을 결심한 것 같았다.

성급한 판단으로 귀향을 결정했는데 나이가 젊고 

아내와 의견이 안 맞았는지 다시 식당 할 자리를 알아보고 있단다.

지난번에 그의 아내를 한번 봤는데 후회를 많이 하고 있었다.

스님을 너무 믿어서 집 짓는데도 조언을 많이 받았다는데

스님 시키는대로 하다보니 집 방향과 땅의 모양새가 안 맞다.

동서로 긴 형태의 땅인데 스님이 남향으로 집을 지으랬다고

남향으로 짓다보니 마당도 제대로 없고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

집 모양이 제대로 되려면 우리집과 같은 방향인 동향으로 해야 하는데

스님이 무조건 남향으로 지으라 했단다.

공사를 맡긴 사람도 고향 친구에게 맡겼는데 이 친구가 건설업자도 아니고

그냥 시골에서 야매로 시골집 수리정도나 하던 친구다.

제대로 된 집을 지어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그냥 친구라고 맡겼단다.

시골집을 평당 800만원도 넘게 들여서 지었는데

내가 보기엔 지안재에 지은 평당 600만원 짜리 집보다 못하다.

친구에게 이용 당한 것은 아닌지 ....

 

나도 뒤늦은 후회지만 공사기간에 잔소리를 좀 할 걸 그랬다.

원래 옆집은 마을 대로변이기 때문에 우리 집 보다 낮아야 하고

예전에는 내 당숙이 살때는 낮았다.

그런데 집 방향을 마을 안길 쪽으로 돌리다 보니 길에서

집 거실과 안방이 보이는 관계로 땅을 높이 올렸다.

덕분에 우리 집은 완전히 가려져 버렸다.

그렇게 높였지만 여전히 마을 길에서 집의 거실이나 안방이 훤하게 들여다 보인다.

담장을 쌓았지만 낮아서 남의 눈을 막지도 못하고

집만 더 갑갑해졌다.

 

저 땅을 내가 샀어야 했다.

그래서 그냥 우리집 정원으로 만들었으면 좋았다.

매물이 나왔을 때 내가 사려고 했더니 

동생이 '이런 산골에 무슨 땅을 사려하냐"라고 반대하는 바람에

사지 않았다.

하긴 그때는 내가 이 집에 들어올 계획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니 아쉽다.

그냥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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