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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먼 길 떠난 사람에게

by 머구리1 2022. 4. 27.

 

많은 비가 쏟아지던 어제

제주에서 꽃 한 송이가 떨어졌다.

이제 겨우 마흔둘

꽃다운 나이는 아닐지라도

참 재미있게 살 나이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올해 칠순잔치 열어줘야 할 아빠와

예순셋의 엄마를 남겨두고

먼길을 떠났다.

 

 

왜 하늘은 착하고 순진한 이들을 먼저 부르는가

남에게 해꼬지 한번 않고 살아온

여리디 여린 사람인데

남에게 목소리 한번 크게 내지 않은

천사 같은 사람인데.

아직도

"오빠 대게가 참 맛있어요"라던 동생의 목소리가 생생한데

돌아오지 못할 줄 알면서 떠났다.

철없는 아들 셋은 아직 실감도 못할 텐데..

 

 

육지에서 먼 제주살이라

투병 중에도 가족들도 자주 못 보고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 먹고

그렇게 힘들게 살다가 갔다.

 

요즘은 암으로 치지도 않는다는 유방암

몸조리가 잘못됐을까??

치료가 잘못됐을까??

큰딸을 가슴에 묻은

외삼촌 외숙모는

또 어떻게 남은 생을 살아갈까.

 

다행히 비행기에 내 자리는 남았고

오늘 제주쪽 하늘은 유난히 맑다.

 

 

향숙아!

천국이 있다면 그곳에 있겠지?

이제 가슴에 통증도 사라졌을 테지..

천국 가는 길 잠시 쉬면서

내 술 한잔 받거라.

살아서 못 먹던 술

시원하게 한잔하고

혹여 풀지 못한 원망이나 설움이 있거던

수의 고름에 모두 묶어서 던져버리고

이제 편히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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