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비가 쏟아지던 어제
제주에서 꽃 한 송이가 떨어졌다.
이제 겨우 마흔둘
꽃다운 나이는 아닐지라도
참 재미있게 살 나이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올해 칠순잔치 열어줘야 할 아빠와
예순셋의 엄마를 남겨두고
먼길을 떠났다.
왜 하늘은 착하고 순진한 이들을 먼저 부르는가
남에게 해꼬지 한번 않고 살아온
여리디 여린 사람인데
남에게 목소리 한번 크게 내지 않은
천사 같은 사람인데.
아직도
"오빠 대게가 참 맛있어요"라던 동생의 목소리가 생생한데
돌아오지 못할 줄 알면서 떠났다.
철없는 아들 셋은 아직 실감도 못할 텐데..
육지에서 먼 제주살이라
투병 중에도 가족들도 자주 못 보고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 먹고
그렇게 힘들게 살다가 갔다.
요즘은 암으로 치지도 않는다는 유방암
몸조리가 잘못됐을까??
치료가 잘못됐을까??
큰딸을 가슴에 묻은
외삼촌 외숙모는
또 어떻게 남은 생을 살아갈까.
다행히 비행기에 내 자리는 남았고
오늘 제주쪽 하늘은 유난히 맑다.
향숙아!
천국이 있다면 그곳에 있겠지?
이제 가슴에 통증도 사라졌을 테지..
천국 가는 길 잠시 쉬면서
내 술 한잔 받거라.
살아서 못 먹던 술
시원하게 한잔하고
혹여 풀지 못한 원망이나 설움이 있거던
수의 고름에 모두 묶어서 던져버리고
이제 편히 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