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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멀지 않은 길

by 머구리1 2022. 5. 2.

지난주 외사촌 동생의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장례식장이 제주도다 보니 다녀오기가 쉽지 않다.

소식 듣는 순간부터 같은 병을 앓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울고 있는

김여사를 데려갈 수가 없어서 혼자서 다녀왔다.

 

암에 걸린지 대략 5년이고 재발한 지 2년 만에 고통스런 삶을 마감한 동생의

인생이 슬프다.

누구나 한번은 가는 길이라고 애써 위로 하지만

마흔셋의 나이는 너무 젊다.

외삼촌이 이제 일흔 외숙모가 예순셋이니 그들은 십년에서 삼십 년 이상의 시간을

자식 묻은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제주도의 장례풍습은 육지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4일장이 아니라 초상을 치루지 않는 날이 있단다.

화요일에 세상을 떴으니 통상적으로 목요일에 출상을 하지만

지난주 목요일이 상을 치루지 않는 날이라고 한다.

매주 목요일이 상을 치루지 않는 날인지 고인의 사주에 따라서

목요일이 해당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요일을 피하다 보니

금요일에 출상을 하여서 사일 장이 되었다.

 

제주도에서는 아직까지 대부분 전통상복을 입고 있었다.

물론 삼베로 만든 상복은 아니지만 비슷한 형태의 상복이었다.

화장터에서 본 유족의 경우 개신교 목사가 장례식을 주관하고 있는데도

한국식 상복을 입고 있었다.

화장터에서 본 유족이 대략 여덟가족 정도인데 전부 전통상복을 입고 있었다.

특이한 것이 여자들의 상복이다.

여자들의 경우 바지만 상복을 입고 있었는데

시누이 올케등 고인의 자식이 아닌 사람들도 바지 상복을 입고 있었다.

 

제주도에는 초우 재우 삼우등의 제사도 없단다.

산소에서 상복을 모두 벗어서 탈상을 하고

대신 1년간 매월초하룻날 제사를 지내준다고 한다. 

 

장례식장과 화장터를 오가면서 동생의 삶이 대략 그려져서 더 마음이 아팠다.

사는 곳이 제주도에서도 시골지역이어서 얼마나 외로웠을지가 보였다.

제주공항에서 사는 곳까지가 차로 1시간 거리다.

누구에게는 가까운 거리겠지만 시집과 한 마을에 사는 동생에게는 

참 먼길이었으리라.

평생을 도시에서 산 아가씨가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제주도 시골로 들어가서

그 외로움을 어떻게 견뎠을까?

신랑이 싹싹한 것도 아니고 친구가 될 딸도 없이 아들만 셋이다.

없는 병도 생길 것 같은 환경이었다.

코로나 시절이다보니 운명하는 순간까지 가족들이 곁에 있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보호자가 병원에 상주할 수 없고, 보고 싶으면 면회실로 환자가 나와서 

잠깐 보고 들어가는 식이었단다.

죽음까지도 외롭게 보낸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이씨인 동생은 김 씨들의 가족묘에 묻혔다.

내가 다시 그곳을 찾을 일은 없을 것이다.

 

봄에 들어서면서 주변에 많은 이들이 떠났다.

고향 마을에도 후배들이 벌써 세명이 떠났다

주변에 죽는이가 많아지는 요즘

삶과 죽음이 멀지 않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언제 떠날지 모른다.

 

떠난이들이 그렇게 소망했던 내일이

내가 별 의미 없이 보내고 있는 오늘이다.

그래서 오늘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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