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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오월의 귀향

by 머구리1 2022. 5. 9.

5월 첫 주 이런저런 일로 고향길에 나섰다.

고동안 코로나로 인해 잘 못 모였던 촌놈 고향 친구 셋의 모임 '촌삼모' 모임이 있었고

또  동생의 사과밭에 사과꽃 솎아주는 일이 가족들과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 연차를 미리 내고

어린이날인 목요일 아침일찍 출발을 했다.

아침 일찍 출발했더니 고속도로에 차도 별로 없다.

가는 길에 큰딸 반찬 가져다준다고 집에 갔더니 어버이날이라고 준비해 둔 물건이다.

매년 생일에 결혼기념일에 어버이날에 받긴 하지만 아직까지 참 익숙해지지 않고 민망하다.

손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해본다.

어떻던 고맙고 기분좋은 선물이다.

둘째는 지엄마 통장으로 또 입금을 한 모양이다.

별로 여유롭지도 않은 직장생활일 텐데 두 녀석 다 기특하긴 하다.

아직까지 취업준비생인 막내인 아들내미 녀석은 어제저녁 생선회와 통닭으로

또 제 역할을 한다.

 

 

친구들이 기다릴까 봐 오래는 못 있고 고향길로 출발이다.

지안재를 넘어서 고향집에 도착하니 약속시간이 아홉 시가 좀 안 됐다.

창원에서 출발하는 내가 제일 가깝고 한 친구는 부산 다른 친구는 서울에서 출발이다.

 

 

마당에 주차 후 휴대폰이 덜덜거려서 보니 이런 사진이 와 있다.

그동안 매번 왔었는데 무관심한 건지 몰라서인지 보지 않았는데

지난번 설치한 블랙박스에서 주차 후에는 매번 이렇게 사진을 보내고 있었다.

마트나 영화관 같이 복잡한 주차장에서는 꽤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능이다.

 

 

멀리서 출발한 친구들도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나와 비슷한 시간대에 도착을 했지만 산소에 다녀온다고 조금씩 늦었다.

아침 겸 점심인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고 우리의 목적인 산나물 채취를 하러 나선다.

친구들의 모임을 고향집에서 하는 이유가 이 나물 채취 때문이다.

바쁜 농사철인 동생이나 제수씨에게 미안해서 나나 김여사는 고향집에서 하지 않으려 했으나

친구들이 워낙 원해서 할 수 없이 3년에 한 번씩은 고향집에서 하기로 했다.

어쩌겠는가 함양군 휴천면 월평리가 우리들의 태어난 곳이니.

나물 못 사 먹을 형편들은 아니지만 태어나서 유년기를 보낸 고향이고

또 고향마을에는 고사리와 취나물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보니 어렸을 적 추억들도 같이 생각나고 해서

이렇게 산나물 채취를 즐긴다.

 

 

 

서너 시간 만에 딴 취나물과 고사리다.

사실 올해는 날씨가 예년에 비해 따뜻해서 일주일 정도 빨리 나물들이 나왔다.

작년에는 이때쯤 취나물이 조금씩 올라오고, 

두릅이 제때처럼 나왔었는데 올해는 두릅은 이미 늦었고

취나물도 많이 세졌다.

다행히 나무 숲 속에 있는 취나물 군락지를 발견해서 좋은 취나물을 채취할 수 있었다.

고사리는 동네 아재가 자신의 밭에 키우는 것인데 꺾어가라고 몇 번이나 전화가 와서

꺾어온 것이다.

고향에 가기도 전에 모임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마을 입구인 지안재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임시로 귀향한 동네 아재가 전화로 고사리 꺾어가라고 몇번이나 전화가 왔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고사리밭은 너무 커서 제대로 채취를 못하고 대강 꺽어 온 것이 저렇게 많다.

채취한 취나물은 저녁에 반찬으로 무쳐서 먹었더니 향과 맛이 일품이다.

나머지 고사리와 취나물은 두 친구에게 한 박스씩 싸서 줬다.

 

 

저녁에는 마당에 불판은 피워서 우리들의 축제를 한다.

초승달이 뜬 저녁

옥상에 설치한 야외 조명등이 도시처럼 아래를 환하게 비추는 멋진 그림인데

술 마시는데 정신이 빠져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다.

오랜 시간 부부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가 사장인 듀크린은 여전히 사업이 잘 돼서 이제 직원이 80명으로 늘었다.

작년에 60명이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일 년 만에 저렇게 발전을 했다.

공장을 하나 더 지으려고 한다니 조만간에 백 명은 넘어갈 것 같다.

아들내미는 이미 회사로 끌어들였고

서울대를 나와서 공기업에 근무 중인 딸도 연구소로 데려 올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두 부부가 우리 앞에서 한 번도 돈 자랑하지 않는 부러운 친구다.

덕분에 다음날 여기저기 다니면서 벤처 에스 클래스를 타 봤다.

친구는 고향마을 내 집에서 30여 미터 거리에 자신의 형님 집도 지어주고 있다.

그제 콘크리트 타설이 끝난 친구 형님의 집은 친구가 전액을 지원해서 짓고 있다.

이번에 처음 공사현장을 방문한 친구는 지원액과 별도로 담장 공사비를 보내 줄 테니

직접 가서보고 제일 좋은 울타리를 설치하라고 한다.

참 대단한 친구다.

 

부산에 친구는 유월에 사위를 본단다.

두 딸 다 결혼을 안 한다고 하는 내 입장에서 제일 부러운 소리가 사위 본다는 소리다.

남들은 나중에라도 인연 생기면 결혼하더라고도 하고

독신을 주장하던 큰 처남의 큰딸도 이번에 나이 마흔에 결혼을 했으니

약간의 미련은 있지만 큰 희망은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허전하다.

아니 많이 서운하다.

 

그렇게 2박 3일의 친구 모임이 끝나고

친구들은 자신들의 터전으로 돌아갔다.

 

 

친구들이 돌아가고 부모님의 산소에 들린 후 사과밭으로 향한다.

오후에 도착한 동생들과 식사를 끝내고 이틀 동안 죽어라고 사과꽃을 땄다.

사과의 상품화를 위해서 

선택받지 못한 대부분의 사과꽃은 제거가 된다.

대략 80% 이상의 꽃들은 제거가 되고 나머지 20% 미만의 꽃들만 열매를 맺는다.

나중에 몇 번 더 솎아지기 때문에 끝까지 살아남은 사과는 대략 10% 남짓이다.

사과나무에게는 미안할 일이지만 사과밭 주인도 먹고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총 3박 4일의 귀향이 끝났다.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는 정체가 심하다.

어버이날이 겹치다 보니 평소에 막히지 않던 남해고속도로가 꽉 막혀있다.

중간중간 접촉 사고까지 있어서 더 막힌다.

평소에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길을 거의 세 시간이 걸려서 도착했다.

 

그렇게 또 시간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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