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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by 머구리1 2022. 5. 18.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을 때 맨 처음 든 생각이

왜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일까?' 였다.

휴남동  카페도 있고, 휴남동 선술집도 있고, 슈퍼도 있고, 국밥집도 있는데..

글을 읽고 나서의 생각은 작가의 바램이지 않을까 싶다.

꼭 이런 서점이 있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램.

현실에 이런 서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서점 안에서 맘대로 책을 읽을 수 있고,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뜨개질을 할 수 있고

독서 토론회를 할 수 있고,

작가와의 북 콘서트를 할 수 있고,

글쓰기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서점.

그러면서도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진상 손님이 없는 곳.

그런곳은 아마 없겠지?

그렇지만 있었으면 좋겠다.

도시의 한 복판이 아니더라도 골목 끝길 어디쯤 이런 서점이 있었으면 좋겠다.

 

 

2022년 작품으로 내가 읽은 책 중 최근래에 쓰여진 책이다.

작가 황보름의 이력이 특이하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까지 했단다.

그 뒤로도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했다니 애시당초 회사원이 될 성격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진학한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모습 아닐까 추정해 본다.

해서인지 소설의 인물 중 두 명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이거나 개발자 출신이다.

 

영주가 옆집에 사는 이웃인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거창한 소설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 자신이 영주라는 이웃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순간순간 든다.

단숨에 읽어내리는 몰입도 강한 소설은 아니고, 그냥 별생각 없이 읽어 나갈 수 있는 소설이다.

반대로 뒤로 갈수록 조금씩 아껴서 읽고 싶은 소설이었다.

 

영주: 서점 주인

희주(민철엄마): 동네 아주머니

민철: 방황하는 고3

민준: 영주네 서점의 바리스타.

정서: 뜨개질하는 여자

지미: 커피 로스트 사장

승우: 소프트웨어 개발자 겸 작가

 

"병자였는데 병자처럼 굴면 안 되니까 더 힘들었던 거지.

아픈 걸 말하지 못하는 게 억울해서 밤마다 울었어.

만약 그때 나도 영주 사장처럼 맥없이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그러면 조금 더 빨리 울음을 그칠 수 있었을 거야. 나 정말 오래 울었어.

울고 싶을 때 울어야 해. 마음이 울 땐 울어야 한다고. 참다 보면 더디게 나아."

-영주와 대화 중 민철 엄마의 말.

 

'책을 덮으며 생각했어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에만 골몰하지 말자.

그럼에도 내겐 여전히 기회가 있지 않은가.

부족한 나도 여전히 선한 행동, 선한 말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실망스러운 나도 아주, 아주 가끔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은가 하고요.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기운이 나네요. 앞으로의 날들이 조금 기대도 되고요.'

"부모님과의 관계는.....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더라고요.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사는 삶보단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안타깝지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한테 실망하는 건.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잖아요."

            -영주와 민준의 대화 중-

 

 

'어떻게 어떻게 하면 사는 게 수월해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는 게 힘이 드는 사람이었다.

너무 힘이 드니까 힘들지 않고 싶어 자꾸만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삶을 견디는 방법, 삶을 이어가는 방법을.'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 고민을 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 불안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 소중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우리는 이 삶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도 알 수 없다.

처음 사는 삶이니 5분 후에 어떤 일을 맞닥뜨리게 될지도 알 수 없다.

 

 

작가는 행복이란 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지 어떤 게 행복인지도 잘 모르고 사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행복이란?'라고 화두를 던지고 싶었던 건 아닐까.

정말 행복이란 무엇일까?

내가 가지면 다른 사람이 못 가질 수도 있는 행복.

사람마다 다 다른 기준을 가지는 행복.

어떤 이는 열개를 가져야 되고, 어떤이는 한 개만 가져도 오는 행복.

누군가에게는 부족한 삶이 누군가에게는 만족한 삶이 되는 행복.

사람마다 다 원하는 것이 다른 행복.

같은 것을 가지고도 어떤 날은 웃을 수 있고  어떤날은 우울한 행복.

누군가는 한잔의 차로 얻을 수 있고, 누군가는 한마디의 위로로 느낄 수 있는 행복.

누군가는 한 편의 영화로, 누군가는 한 권의 책으로, 누군가는 한곡의 노래로 얻을 수도 있는 행복.

 

 

글의 뒤쪽에 데미안에 관한 얘기가 잠깐 나왔다.

금년 들어서 처음으로 읽은 책이 데미안인데

난 데미안의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안타까운 기억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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