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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모순-양귀자

by 머구리1 2022. 5. 31.

 

 

모순 -양귀자

 

양귀자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

어쩌면 기억에는 없지만 '원미동 사람들'이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라는' 작품은

눈에 익는 것을 보면 한번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번에는 위에 두 책을  읽어보고 싶다.

 

난 책을 읽기 전에 항상 초판 일을 먼저 본다..

어느 시기에 쓰인 글인지를 알아야 시대적 배경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1998년 6월에 초판이 발행됐다.

그러면 대략 1996년이나 1997년도쯤 쓴 글이라고 보여진다.

IMF 사태가 터질 무렵이긴 하지만 내 생각에 터지기 전에 쓴 글이지 싶다.

 

모순!

옛날 창과 방패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이 창은 모든 방패를 뚫는다.

그리고 그는 또 말했다.

이 방패는 모든 창을 막아낸다.

그러자 사람들이 물었다.

그 창으로 이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누구나 아는 모순에 관한 어원이다.

 

 

작가는 안진진과 쌍둥이 엄마 그리고 이모를 통해서 통상적으로 성공한 삶이

꼭 행복한 삶이냐고 묻는 것 같다.

행복하기 위해서 사랑을 택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안진진의 선택이 틀렸는지 묻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부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모의 삶이 과연 행복하냐고 물으면서 모순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우리들은 남들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책의 첫 장에 나오는 이 글이 나를 깨웠다.

마치 나를 나무라는 것 같다.

우리 중에 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이 소설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몰입도가 높아서 단숨에 읽어졌다.

나중에 한번 더 천천히 읽어도 괜찮을 듯싶다..

 

주인공 안진진은 스물다섯 살로 가정형편상 대학교 휴학 중인 직장인 여자다.

쌍둥이인 엄마는 쌍둥이 동생인 이모와는 극과 극의 삶을 살고 있다..

쌍둥이 엄마와 이모는 만우절에 태어나서 만우절에 결혼을 한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소설의 선문답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직원을 열명이나 데리고 있는 건축설계사인 이모부는 모범적인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계획안에서 살아야 한다.

반면 시장에서 양말을 파는 엄마는 가난에 찌든 삶이면서

어쩌다 한 번씩 들어오는 아빠는 몇 년 전부터는 행방불명 상태고

없는 게 나은 존재일 수도 있다.

이모보다 10분 먼저 태어난 엄마는 이제 이모보다 십 년은 더 늙어 보인다..

결국 초등학교 때 엄마 대리역할을 했던 이모를 남자 친구 장우 앞에서

이번에도 엄마라고 이야기를 해버렸다.

누구나 쌍둥이 중 누가 행복할지 누가 성공한 삶인지 알 수 있다.

작가는 묻는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이모가 더 행복하고 성공한 삶이냐고.

정말 일반적인 성공이 행복한 삶이냐고.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숨겨놓은 치부를 고백하고 있는 마당에도 자신도 모르게 육성 대신 가성을 사용하고 있는 진모.

무엇이 육성이고 무엇이 가성인지 분별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면 분별을 할 필요가 어디 있으랴.

이제는 그렇게 사는 일만 남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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