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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장외인간

by 머구리1 2022. 5. 25.

 

장외인간 -이외수

 

이 책은 2005년 초판이 발행된 꽤 오래된 이외수의 소설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작가는 우리나라 작가 중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눠지는 작가다.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좋아하지만 그의 도덕적 또는 윤리적으로 다른 모습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은 또 아주 싫어한다.

좋아하는 이들은 그의 글을 좋하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의 삶을 싫어한다.

싫어하든 좋아하든  개인의 자유이고 또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니

둘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건 모두 개인의 영역이다.

아울러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제목인 장외인간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인터넷과 사전을 찾아봤지만

속 시원한 설명은 없다.

그냥 일반적인 우리가 아닌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했다.

소설 속의 헌수가 장외인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시인이자 닭갈비집 '금불알'의 사장인 주인공 헌수에게서 달이 사라져 버리면서 시작된다.

헌수에게는 달이 없어진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달이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달에 대해 아예 모른다는 것이다.

달이라는 행성 자체가 없단다.

그래서 제목이 장외인간 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읽으면서 나도 같이 달을 찾게 된다.

도대체 달이 뭘까?

작가가 생각하는 달은 무엇일까?

마지막까지도 달이 뭘 의미하는지를 못 찾았다.

인간의 순수함?

희망?

윤리?

 

 

달이 없어지면서 갑자기 생겨난 이상현상들

해파리떼의 습격

메뚜기떼 출현

흑색 겨울 독나방 출현

고래들의 떼죽음

하지만 인간들은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는다..

어쩌면 달은 지구와 인간의 미래일지도 모르겠다.

황학선인과 모월동을 통해서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은 이외수 특유의 현란한 어휘력이 보인다.

잡화점에 늘려있는 온갖 잡동사니들처럼 펼쳐져 있는 단어들의 잔치.

가끔씩 나오는 지식자랑.

이 시기에도 경기는 안 좋았단다.

2005년도 책인데 삶의 환경은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기득권들의 세상이고 서민들은 매번 피해자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 어느 시기도 경기가 좋았던 적은 없다.

아니 태초에 경기가 좋았던 적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지갑은 더 두둑해지고,

그들의 차는 더 고급스러워졌다.

그들의 커진 아파트 평수에 비해 부자들의 저택은 몇 배가 더 커졌다.

 

 

이외수의 소설이 다 그렇지만 일단 재미있다.

몰입도도 아주 높다.

소설을 읽으면서 꼭 숨겨진 뭔가를 찾으려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재미있게 읽고 본 대로 느낀 대로 생각하면 된다.

장외인간은 이외수의 또 다른 소설인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가 생각나게 한다.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연결이 되는 느낌이다.

다른 음식인데 같은 냄새가 나는 느낌?

 

 

쉰일곱 개의 각 단원들 소제목 읽어도 대강의 느낌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1. 세상의 모든 풍경들이 낯설어 보이는 새벽.

2. 한 마리 시조새가 되어 달빛 속을 선회하던 여자가 있었다.

3. 시인이 사물에 대한 간음의 욕구를 느끼지 못하면 시간 발기부전증에 걸린다.

4. 세상 전체가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5. 이 태백이 어떻게 죽었는지 아십니까?

6. 해파리떼.

7. 내가 보기에는 세상 전체가 미쳐가고 있다.

8. 강도가 칼 대신 꽃을 들고 닭갈비집에 침입하다.

9.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을 거북하게 하옵시며.

10. 사라진 것들에 모두 그것들이 간직하고 있던 아름다움의 깊이와 동일한 상처를 가슴에 남긴다.

11. 메뚜기떼.

12. 시인은 비가 내리면 제일 먼저 어디부터 찾나요.

13. 소요약전-하늘이 흐린 날은 하늘이 흐리기 때문에.

14. 진정한 환쟁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모델은 먹지 않는다.

15.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데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어찌 알 수가 있으랴.

16. 흑색겨울 독나방.

17. 마음 안에서 사라진 것들은 마음 밖에서도 사라진다.

18. 예술가의 인생이 연속극 스토리처럼 통속해지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19. 날이 갈수록 백자심경선주병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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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천하가.

57. 월인천강지곡.

 

 

'...... 어느 날 한 신자가 하나님을 찾아가서 말했어.

 "당신이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당신도 들지 못하는 돌덩어리를 만들어 주십 시요."

하나님은 의심 많은 신자에게 돌덩어리 하나를 만들어 주었지.

그러자 이번에는 신자가 "당신이 정말로 전지전능하시다면 이 돌덩어리를 한번 들어보시라"라고 말했어.

과연 하나님은 어떻게 했을까?

돌덩어리를 드시면 당신도 드시지 못하는 돌을 만들어달라고 했던 신자를 속인 것이 되고,

드시지 못하면 전지전능하지 못한 하나님이 되겠지.

과연 하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가슴속에서 사라진 것들은 가슴 밖에서도 사라진다.

 물질로서의 달은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어도 정서로서의 달은 가슴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질로서의 달도 정서로서의 달도 망실해 버렸다.

 기억 속에도 존재하지 않고 가슴속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시대의 권력은 진실을 전파하려는 자들을 매장시키고 싶어 하는

특성을 나타내 보인다.

그들이 전파하려는 진실이 어떤 분야에 해당하는 것이든

무조건 적대적인 관계로 해석해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권력의 실체가 진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증거 한다.

하지만 수만은 지탄의 돌들이 코페릔쿠스의(지동설을 처음 주장한 사람;신부)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그 순간에도 지구는 돌고 있었다.

갈릴레이가 시력을 잃어버린 채로 집필에 몰두하던 그 순간에도 지구는 돌고 있었다.

그리고 온 인류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먼 미래에도 지구는 돌고 있을 것이다.

 

 

한 번도 서울에 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동대문에 문지방이 있다고 우길 때,

서울 사람들은 동대문에 문지방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어떤 놈들은 곁에서 맞장구를 친다.

동대문 문지방은 재질이 박달나무다.

.... 이런 식으로 맞장구를 치는 놈들이 늘어갈수록 동대문을 직접 가본 사람은

복장이 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다.

서울로 데리고 가서 동대문을 직접 보여주면 된다.

달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달이 없다고 우기는 사람에게는 달을 직접 보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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