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by 머구리1 2022. 6. 3.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박완서

 

 

박완서 작가에 대한 나의 착각

하나,한동안 그가 남자인 줄 알았다는 것.

둘,그가 육칠십 정도의 나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그는 1931 생으로 내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다.)

셋,그가 아직도 살아 있는 줄 알고 있었다는 것.

 (그는 201179세에 돌아가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쓴 시기가 궁금해졌다.

시대적 배경이 궁금해서다.

소설속에 퇴직금 7백만 원이 어느 정도 값어치인지,

아이 한 명 돌봐주는 돈 10만 원이 어느 정도인지.

인터넷을 찾아보니 1989년도 작품이다.

1989년도면 내가 결혼한 지 일 년 채 되는 해고

그 당시 내가 있던 현대중공업에서는 매년 파업으로 몇 달씩 쉴 때고

한 달 월급이 30만 원 정도 되었지 싶다.

그 당시 시급이 대략 800원 정도였다.

직업군인으로 근무할 때 마지막 월급이 1987년도인데 대략 20만 원 근처였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은 아주 짧은 시기에 이루어졌다.

대략 30년 전쯤으로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보수들이 경제성장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박정희가 죽고

독재자 전두환이 떠난 이후에 빠른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

박통이 정권을 18년이나 잡았지만 그 시절 우리나라는 많이 가난했다.

 

 

이 책은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서울 사람들" 2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남자우선 사회의 찌그러진 우리들의 모습이다.

드라마로도 방영이 되었다고 하는데 기억은 없다.

지금의 세상에서는 웃길 이야기고, 비웃을 이야기지만 예전에는 이런 집이 많았다.

내 아버지 연배의 사람들 중에는 아내가 두 명인 사람이 마을마다 한두 명은 꼭 있었다.

 

주인공 문경은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을 한 서른다섯의 교사다.

어쩌다 다시 만난 대학 동기 혁주를 만나 결혼을 전제로 사귀면서 동침을 한다.

그러나 동침 후 쓰레기같은 남자의 실상을 파악했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 혁주와의 이별을 선택했지는데 이미 그녀는 임신중이다.

아이를 낳기로 했으나,

재력을 가진 처녀를 만나 장가를 들기로 한 혁주와

혁주 모친 황여사의 만행을 견뎌야 하고,

아비 없는 자식으로 인해 학교도 그만두어야 하고,

미혼모로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든 나라다.

죗값 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내의 수술로 혁주는 더 이상 임신이 불가능하고

그는 아들이 없다.

그동안 甲이었던 혁주의 장인 장모는 애숙의 불임으로 인해 졸지에 乙로 신분이 바뀐다.

아들이 뭔지 혁주는 문경에게서 아들까지 뺏으려 하고

반대를 해야 할 혁주 아내 애숙은 오히려 위안을 얻고 적극 찬성한다.

작가의 표현대로 '자궁 권력'은 그 권력의 핵심인 자궁을 잃음으로써 권력 자체가 사라진다.

 

요즘 세대들이 들으면 말도 안 될 얘기라고 할 내용이지만

저 세상이 그렇게 오래된 세상이 아니다.

대략 30년 조금 넘는 시차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원래 그런지 박완서 작가가 여자여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 위주로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느꼈다.

남자 혁주와 아들 문혁은 철저하게 조연이다.

주연으로서 일을 풀어나가는 사람들은 황여사나 문경 그리고 임 선생으로

모두 여자들이다.

박완서 작가의 책을 몇 권 더 읽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작가는 이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 애에게 거는 저의 가장 찬란한 꿈이 뭔 줄 아세요?

남자로 태어났으면서 마땅히 여자를 이용하고 짓밟고 능멸해도 된다는 그 친부의 권리로부터

자유로운 신종 남자로 키우는 그죠.

그 꿈을 위해서도 그 애는 제가 키우고 싶어요.'

-양육권 조정위원인 여의사 방주혜에게 하는 문경의 이야기 중-

 

 

서울 사람들

 

소설이 조금 짧아서인지 '서울 사람들'이라는  소설을 한편 더 넣어놨다.

이 글은 1984년에 쓴 것이란다.

이 소설 역시 여자들의 이야기다.

남자들의 역할은 등장인물 정도로만 소개가 되고 아무런 역할이 없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자들의 이야기고 그 고착화된 신분의 길을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가르쳐 준다.

여기서도 여자들은 피해자다.

잘난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 절대적인 조공을 바쳐야 하는 역할이다.

여자들의 이야기지만 가해자는 남자인 것 같다.

 

-혜진 ; 소설의 화자 입장이고 부잣집 큰딸이지만 연애결혼으로 부모의 기대를 벗어나

            평범한 중소기업 만년과장의 아내로 살면서 신분상승을 위해 아파트 투기를 해 보려 하지만

            돈이 없어 꿈이 좌절된 사람 역할.

-황여사; 중소기업 남편이 사업을 잘해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신분상승을 노려

           꾸준한 재테크로 많은 돈을 번 사람.

           딸들을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생각하지만 현실 자각이 늦다.

-혜숙 ; 황여사의 막내딸로 연애와 결혼은 별개로 생각하며 부모의 재력을 이용하여 신분상승을

           노리며 속는 줄 알면서도 계속해서 따라간다.

-윤마담 ; 신분상승을 노리는 여자들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마담뚜.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0) 2022.06.14
연금술사  (0) 2022.06.10
모순-양귀자  (0) 2022.05.31
장외인간  (0) 2022.05.25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0) 2022.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