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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원미동 사람들

by 머구리1 2022. 7. 7.


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1980년대 지금의 부천시 원미동 235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40년 밖에 안 된 이야기고 그것도 서울에서 아주 가까운 부천의 이야기지만

아주 오래된 시절의 시골 이야기처럼 들린다.

부천에서 개발이 막 시작된 시절의 이야기인 듯하다..

책 뒤에 있는 '작가 후기'에서 알았지만 이 소설은 부천 원미동에서 몇 년간을 살았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글이었다.

2년간 여기저기에 발표했던  글들을 하나로 묶은 것 같다.

각각의 이야기지만 동시대에 원미동이라는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즉 하나하나의 단편소설이 모여서 한 권의 장편소설이 된 것 같다.

 

 

40년 만에 원미동은 이렇게 대도시가 되었다.

40년 만에 원미동은 이렇게 대도시가 되었다.

 

-. 멀고 아름다움 동네-[한국문학,1986.3]

서울특별시민이었다가 형편상 경기도 부천의 원미동으로 이사를 가는 은혜 아빠가 소설의 문을 연다.

 당시의 궁핍한 소시민들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 들어올 때 그랬건 것처럼 폭이 좁은 문을 빠져나오는 사이 장롱의 옆구리가 또 동전만큼

 뜯겨져나가고 말았다.'

"이사하는 날 하루 빠졌다고 그만두라 카겠노?

하지만 주일에 이사했다간 하나님이 닐 내칠 끼라.

우짜겠노 어느 게 무스븐지는 니가 더 잘 알 꺼라."

  -매번 평일에 이사를 해서 회사에 결근을 해야 되는 아들에게 권사직의 어머니가 하는 말 중-

정말 중요한 게 뭘지..

 

 

-. 불씨-[문학사상, 1986.4]

정리해고된 진만이 아빠의 외판원이 된 과정.

 

 

-. 마지막 땅-[동서사상, 1986.7]

80년대에 평당 백만 원이 넘는 땅에다가 똥거름 삭여가며 농사를 짓는 강노인.

가난에 치여 살다가 성실하게 일한 대가로 가진 원미동의 땅덩어리 주인 강노인과

갑자기 오른 땅값에 눈이 돌아서 다 팔아서 편하게 살자는 다른 가족들의 간의 마찰.

80년대에 흔하게 있던 도시 부근 땅부자들이 졸부가 되는 세상에서 땅을 지키기 위한

강노인의 노력이 애닯다.

강노인의 사후에는 모두 자식들의 사업 밑천으로 없어질 땅들.

 

 

-. 원미동 시인-[한국문학. 1986.8]

 딸만 넷인 집에 다섯째로 태어난 경옥

엄마는 아들일 것이라는 점쟁이들의 말을 믿고 낳았지만 또 딸.

천대받는 신세.

원미동 시인 몽달 씨에게 그런 경옥은  몽달씨의 유일한 친구다.

 

 

-. 한 마리의 나그네 쥐-[문학사항. 1986.8]

급작스럽게 변해가는 도시화에 적응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세계의 문학. 1986년 겨울호]

지인에게 팔십만 원을 빌려주고 돈을 떼인 임 씨..

망한 줄 알았던 주인은 공장을 확장해서 더 부자가 돼 있었다.

 비가 오면 가리봉동에 있는 지인의 공장으로 돈을 받으러 가야 한다..

그런 임 씨에게 목욕탕 공사를 맡겨놓고는 생각보다 쉽게 끝나는

공사를 보고는 눈탱이 당했다고 생각하는 은혜 아빠..

여러 인간군상들의 살아가는 모습.

 '일꾼들이 주인의 눈을 피해 일을 허술하게 하거나 망가뜨리는 게

 사실은 저항의 한 형태가 아니었을까.

 광복 이전의 일제 시대에는 조센징 어쩌구 하는 냄새나는 게다짝 때문에

 더욱 일인들의 눈을 피해 일을 망치게 했던 건 아닐까.

 그리고 광복 이후에는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 일꾼들을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

 바로 오늘까지도 부유한 계층은 당당하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자신들의 부를 만끽하고

 임 씨처럼 막일을 하는 일꾼들은 또 그들대로 당당하게 공정을 무시하고 슬쩍슬쩍 눈가림을 한다.'

 

 

-. 방울새-[문예중앙. 1985년 가을호]

 남편이 교도소에 가 있는 경주 엄마와 경주

 이혼한 윤희와 그의 아들 성구의 어린이 대공원 소풍 이야기..

 "남자들이란 말야. 정력이 시원찮다는 진단만 내려지면 대번에 사색이 되는 걸 뭐."

 남자들이 더 이상 여자를 원할 수 없게 되면 그들은 이미 남자가 아니라고 하는

 이상한 생각에 붙들려 있다고 윤희는 말한다.

 때문에 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여자를 탈취하고 여자를 주제로 하는 온갖 음담을

가장 담담하게 말할 수 있을고 애를 쓴다.

 

 

-. 찻집 여자-[1987. 매운바람 부는 날, 창작과 비평]

 행복사진관 주인 엄 씨와 술집 여자 출신 찻집 여자와의 연민 같은 연애.

 결국 약자인 찻집 여자는 가게를 닫는다.

 

 

-. 일용할 양식- [1987. 우리 시대의-[1987. 문학 6.문학과 지성사]

 소설의 중심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 가게의 싸움.

 세상사가 다 들어있는 것 같다.

 처음의 발단은 쌀과 연탄을 팔던 김포쌀상회가 확장을 하면서 형제슈퍼의 취급품인

 생필품과 과일 생선 등을 파는 김포슈퍼로 바뀌면서 시작된다.

 김반장의 형제슈퍼도 결국 김포슈퍼의 대표 상품인 쌀과 연탄을 취급하면서

 치킨게임이 벌어진다.

 이 치킨게임은 엉뚱하게도 외지인의 눈치 없이 싱싱청과물 가게를 새로 열면서 끝이 나고

 기존 세력인 두 슈퍼는 연합을 한다.

 적의 적은 동지인 것인가?

 사람을 가장 단결시키는 일등 수단은 공동의 적을 만드는 것이고  두번째가 스포츠다.

 이는 전쟁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정치 ,외교에도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것이다.

 그 싸움은 결국 싱싱청과물의 완전한 패배로 끝나지만 여기서도 구경꾼인

 마을 사람들의 심리가 잘 엿보인다.

 처음에는 걱정하는 척 하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더 많이 깎아주는 곳을 찾으면서

 은근히 즐기는 것이다.

 싸움하고 불구경은 돈 내고도 본단다.

 세상살이의 모습들을 참 잘 표현했다.

 

 

-. 지하 생활자-[1987.8. 문학사상]

하층민들의 동네인  원미동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독 더 가난한 연립주택 1층의

지하에 세 들어 사는 그는 매일매일 화장실 갈 일이 큰일이다.

102호 주인 여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한 그는 별수 없다 다른 집에 볼일을 봤으나

 다른 집들도 눈치를 채고 문을 잠궈버린 지금 길가에 숨어서 볼일을 볼 수밖에 없다.

 그의 일터인 공장도 지하여서 결국 지하에서 나와서 다시 지하로 들어가는 삶이다.

 약자인 그들끼리 또 다른 약자인 사장을 위해서 파업을 벌이지만

결국 사장도 또 다른 을이었다.

그의 갑인 102호 주인 여자도 결국은 남의 첩이어서 결국 본처에게 수모를 당한다.

'그토록 자신을 거부했던 102호가 고작 저런 모습이었던가 생각하니 허망하기도 하였다.

 그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지하의 자기 방과 다를 바 없는 동굴 같은 102호의 모습을 그는 보고 또 보았다.

 등허리로 쏟아지는 햇살은 아침인데도 뜨급기만 하였다.

 땅 밑, 그의 방은 아무리 하여도 보이지 않았다.

 들창문조차 찾아낼 수 없었다.

 동굴같이 보이는 102호 밑으로 또 하나의 동굴이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그는 믿을 수 없었다.

 

 

-. 한계령-[1987.8. 한국문학]

 소설의 끝맺음을 하는 부분 같다.

 고향 친구 은자의 2525년 만의 전화로 예전 기억과 가족에 대한 것들을 담담하게 풀어낸 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역할을 다해서 동생들을 잘 키운 후, 성공한 인생이지만

 목표를 잃은  큰오빠가 느끼는 삶의 허전함.

 '아버지의 산소에 불쑥불쑥 찾아가서 죽은 자와 함께 한 병의 술을 비우는 큰오빠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한 인간의 뼈저린 고독은 살아 있는 자들 중 누구도 도울 수 없다는 것, 오직 땅에 묻힌 자만이

 받아 줄 수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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