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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by 머구리1 2022. 6. 17.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박완서-

 

둘째가 사서 보낸 책인데 소설책이라기보다 논술 공부 참고서 같은 책이다.

아마 중고등학생들의 논술 준비를 위해 만들어진 책인 모양이다.

이 책은 세 편의 중편 소설로 이루어져있는데

책의 구성이 학생들의 논술준비에 대비한 설명이나 해석 형식으로 되어있다.

그래도 소설의 본 내용은  다 들어있으니 그냥 읽을 만 하다.

 

여기서 처음 안 사실은 조감도에 대한 설명이다.

조감도 : 새가 보는 그림이라는 뜻으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상태의 그림이나 지도.

 

 

!!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

 

-6.25 때 월북한 오빠 때문에 정부의 감시속에 살아야 하는 가족들.

  어느 날 월북한 오빠가 간첩으로 남파된다는 엉뚱한 정보부의 오해 때문에

  모든 가족들은 정보부에 끌려가서 고초를 당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이 바뀐다.

 실제로 예전에 있었던 이야기 들이다.

 공무원인 남편은 오빠 때문에 승진에서 제외되고 그 책임을 아내에게 돌린다.

 장애인인 설희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설희네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다.

 70년대의 우울한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박통 때 시작된 이놈의 연좌제는 참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법전에 적혀있는 것도 아닌데 수시로 감시를 받았고 매사에 불이익을 받았다.

 우리 집안도 전쟁 때 빨간 완장을 찬 당숙 한 분 때문에 공무원이고 뭐고

 조금 중요한 곳에서는 모두 신원조회에 걸려서 밀려났다.

 나 또한 군 시절 보안사에 차출이 되었으나 신원조회에 걸려서 밀려난 적이 있다.

 

 

!! 환각의 나비 !!

 

늙은 부모가 짐이 되는 세상

치매에 걸린 영주의 어머니는 그렇게 자식들의 짐이 되었다.

하지만 자식들들 욕할 수 만도 없다.

그들도 그들의 인생이 있기 때문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할머니는 가족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치매를 이유로 아들 집에서도 딸 집에서도 짐짝이 된 할머니는

나 자신의 미래일 수 도 있고 우리 사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할머니의 실종.

후회 속에 자식들은 어머니를 찾지만 소재를 파악할 수 없고.

6개월 만에 찾은 어머니는 아파트 사람들의 멸시를 받는

'원주민 마을'에서도 외따로 떨어진 오래된 집에서,

가족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점쟁이 출신 비구니 스님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소설의 뒤쪽에 나오는 이 말이 공감이 가며서도 서글펐다.

"무서운 것은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갇혀 사는 것"

 

 

!! 꿈꾸는 인큐베이터 !!

 

같은 박완서 작가의 작품인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에서 보여준

남아 선호 사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소설이다.

아들이 있는 주인공이 아들 없이 딸만 둘인 다른 남자와 언쟁을 벌이다가

자신이 아들을 가지게 된 상황을 풀어가면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같다.

자신은 아들이 있어서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 아들은 딸아이 하나를 낙태 수술로 죽이고 나서 얻은 아들이다.

여자의 몸은 인큐베이터고 그 인큐베이터에 들어선 딸은

아들을 위해서 비켜주어야 한다.

결국 아들을 얻기 위해서 딸을 죽여야 하는 모순이다.

사실 우리 세대 사람들에게 낙태의 경험은 흔하다.

잘 못된 임신으로 인한 낙태도 있지만 소설과 같이 아들이 아니기 때문에

행한 낙태도 많다.

 

"재롱 잔칫날도 보셨죠? 춤출  때 여자 짝이 차례가 안 간 사내애들이 싸우는 것 말이에요.

어렸을 적이니까 순전히 싸움으로 결판내려 했겠지만 어른이 돼 보세요.

어른도 역시 힘이 있어야 여자를 차지하게 되리라는 건 틀림없지만 어른의 힘이 무엇이겠습니까.

돈이나 권력 그런 거 아니겠어요.

.... 손해 나던 장사가 수지맞는 장사로 변했을 뿐 여성을 상품 취급하긴 마찬가지지요.

그리고 수지가 맞을수록 상품화는 더 심화될 겁니다.

더욱더 어떡하면 비싸게 팔리나 하는 쪽으로 길러지고 교육될 테니까요.

남자는 또 어떻고요.

여자가 귀해지다 보니 예쁜 여자는 재산 목록이 되고 권력의 상직이 되겠죠.

여자가 인간이 아니게 된다는 건, 남자도 인간이 아니게 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까짓 야구 구경이 도대체 뭐길래.

그까짓 야구 구경이 아니다.

나는 남편에게 야구 구경을 같이 갈 아들을 낳아 주기 위해 딸을 죽이기까지 한 것이다.

세 번째로 임신한 어린 생명이 딸이라는 게 밝혀지고 나서.

그 아이에게로 집중되던 온 식구들의 살의와 남편은 과연 무관했을까."

 

임신중절 수술을 계기로 주인공은 시댁 식구와 담을 쌓는다.

대학 동기면서 절친한 친구였던 시누이와도 담을 쌓는다.

주인공의 독백이다.

 

'유난히 시어머니하고 시누이을 보는 게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공범 의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들만 보면 병원 침대 머리에서 나를 지켜보던 두 얼굴이 떠올라 저절로 진저리가 쳐진다.

양수를 빼려고 들어간 방은 수술실이 아니라 주사실이라고 쓰여 있는 네모나고 긴 방이었다.

시누이 친구의 남편이라는 그 의사는 무슨 대단한 마술이라도 보여줄 것처럼

시누이와 시어머니를 다 들어오게 했다.'

 

'내가 한 여성이 아니라 아이를 기르는 인큐베이터가 되어야 함을 참아 낼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그러니까 막 태어나 기저귀를 찰 때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누구에서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어떡하든지 달라져야 한다.

남편도 나도....'

 

이 책에서도 주인공은 여자들이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여자들의 이야기고 여자들이 만들어간다.

남자들의 역할은 그냥 조연 정도고 '환각의 나비''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에서는

남자들의 역할이 아예 안 보인다.

남자들은 대부분 무기력하거나 순응하는 역할로 나오는데 오직 '꿈꾸는 인규베이터'에서만

자기 목소리를 내는 남자가 조연으로나마 유일하게 등장을 한다.

아마 박완서 작가의 특징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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