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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무제

by 머구리1 2022. 8. 10.

입추가 지나서인지 단순하게 일기 상의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벽바람이 제법 시원하다.

그렇지만 낮의 날씨는 여전히 무덥다.

물기 머금은 공기 때문에 바깥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한다.

밤에 잘 때도 계속해서 에어컨을 틀게 된다.

밤에 자면서까지 에어컨을 견 것은 올해가 처음이지 싶다.

작년까지만 해도 초저녁에 조금 틀고 나면 잠자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남부지방이 무더위에 지치는데

저 위쪽에는 폭우에 난리다.

별로 크지도 않는 우리나라에서 중부와 남부의 날씨 차이가

극과 극이다.

뉴스에 보니 서울 경기 인천 쪽에는 시내가 강이 되어서 

승용차가 둥둥 떠다닌다.

이것도 지구 온난화 때문일까?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정부분 영향이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시골에도 휴가기간에 며칠간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장마기간에 못 온 비가 여름 휴가철에 계속해서 내린 것이다.

날씨는 아마 계속해서 안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갈 것 같다.

 

지난 월요일이 장모님 기일이었다.

내 어머니 기일 이틀 뒤가 장모님 기일이다.

지난번에 큰 처남이 천도제를 지낸 후 제사를 없애버렸다.

큰 처남 입장에서는 아들도 없고 자신의 건강도 썩 좋지 않으니 

별 문제될 일은 아니다.

아내도 잘 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내는 마음이 안 편한 모양이다.

월요일 저녁을 먹고 TV 시청을 하고 있는데 살짝 묻는다.

저녁에 엄마 밥상을 차려 놓으려고 하는데 괜찮겠냐고.

아내는 부모님 제사 모시는 큰며느리 입장에서 친정 부모님의

없어진 제사를 다시 모시는 게 신경 쓰였나 보다.

해서 제사는 아니고 간단하게 밥상만 차려 놓으려 한단다.

지난번에 아내의 꿈에 나온 장모님이 "배가 고프다"라고 한 말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간단하게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잘 차리자고 했다.

부모님에 관련된 일은 금제가 없다 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어떤 관습이나 금기사항도 부모님과 관련된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지난번에 딸의 결혼식 날짜가 잡힌 친구가 장인어른 장례식장에

가는 것을 고민하는 것을 보고 뭐라 한 적이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일은 세상에서 제일 큰 일인데 무슨 금제를 따지고

고민을 하냐고 뭐라했었다.

 

아내에게도 말했다.

장인 장모님 제사가 마음에 걸리면 우리가 모시자고 했다.

아내는 그냥 밥 한 그릇 떠 놓으면 된다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제대로 지내자고 했다.

우리끼리 모시는데 뭐라 할 사람도 없다고.

당신 마음 편해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앞으로 이런 일로 절대 내 눈치 보지 말라고도 했다.

 

너무 늦게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집에 있는 것으로 준비해서

셋이서 간단하게 모셨다.

다행히 어머님 제사가 이틀 전이어서 남은 재료들이 있어서

초라하지 않을 정도의 상은 차렸다.

내년에도 모실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아내만 찬성한다면

계속해서 모시고 싶다.

어차피 제사라는 게 산 사람 마음 편하자고 모시는 것이라면

하루 고생해서 일 년을 편하게 살면 좋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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