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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고래 -천명관

by 머구리1 2022. 9. 16.

고래  -천명관-

 

책 한 권 읽는데 참 오래 걸렸다.

책 한권을 이렇게 오래 읽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둘째가 여름휴가 때 가져와서 읽고는 두고 간 것을 내가 이어서 읽었는데

제법 오래 걸렸다.

 

2004년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이란다.

벌써 18년 전의 작품이다.

천명관 작가는 영화사의 총무과장도 했고, 시나리오 작가도 거치는 등 처음부터 소설가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전체적인 소설의 느낌은 '정신없다' 이다.

작가가 들으면 기분 나쁠 소리겠지만 조금 산만하고 복잡하고 정신없는 전개 같다.

국밥집 노파, 금복과 금복의 딸 춘희로 이어지는 세 여인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로

어떤 인물이 등장을 하면 그 인물에 따른 사연이 새끼줄처럼 만들어지고 그러다가 사라지고

나중에 또 이 인물이 나오고, 결국엔 죽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생선장수가 나오고, 창녀가 나오고, 교도소, 야쿠자 출신 건달, 벽돌 기술자 등등 많이도 나온다.

또 다른 인물이 나와서 이야기를 이어가고 정신없이 혼란한 이야기 전개다.

올해 들어서 제법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 정신없고 복잡한 소설은 처음이다

배경이 되는 시절이 박통 시절 이전이어서 소설도 복잡하고 정신없게 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문학평론가나 작가가 아닌 평범한 내가 소화하기에는 좀 어려운 소설이다.

소설의 뒤쪽을 읽을 때쯤이면 소설의 축이라고 생각되는 국밥집 노파와 금복,

노파 딸과 춘희가 왜, 또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중에 한번 더 읽어보면 정리가 잘 될지도 모르겠다.

표현이 직접적이고 판타지도 조금 있는 소설이다.

물론 내 기억력이 탓이겠지만 재미에 비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소설의 주요 축이 되는 세 사람이다..

 

국밥집 노파: 워낙 박색이라 초야도 치르지 못하고 소박을 맞고는 부잣집 부엌데기로 먹고살던 중

         주인집 반편이 아들과의 성관계를 갖게 되었고, 결국 주인마님께 들켜서 죽도로 맞고 쫓겨났으나

         남모르게 반편이를 찾아가 마지막 성관계로 딸을 임신하고 주인집 아들을 죽인다.

         두 번째 남자인 공사장 곰보와 사랑을 하지만 곰보가 그녀의 딸을 겁탈하는 것을 보고는

         곰보를 죽이고, 자신이 눈을 찔러 애꾸가 된 딸을 벌꿀 2통에 팔아먹는다.

         벌치기에게 팔려간 애꾸 딸은 엄마에게 보상을 받기 위해 다시 찾아와서는 돈을 주지 않으려는

         엄마와 실랑이 끝에 엄마를 죽인다.

         목숨을 걸고 지킨 많은 재산을 한 푼도 못 쓰보고 죽는다.

       

금복: 동생을 낳다가 엄마와 동생이 죽었다.

         생선장수, 걱정이, 칼잡이, 文을 만나서 잘 살았지만 자신을 만난 남자는 불행해진다.

         걱정이 와 자신 사이에 태어난 친 딸인 춘회가 싫다.

         춘희의 교통사고로 찾은 병원에서 필요 없는X-Ray를 찍어본 후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뼈만 나온 X-Ray 사진을 보고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이라는 생각에 아주 쉽게 남자에게

         몸을 주는데 이는 평생 죽음과 벗하며 살아온 곧 스러질 육신의 한계와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덧없는 몸부림이었는지 모른다.

         국밥집 노파가 목숨보다 소중하게 지킨 재산을 우연한 기회에 얻어서 사업가의 길을 걷는다.

         결국엔 남자가 되고 싶어 하고 남자의 역할을 하는 게이가 되고, 결국은 남자가 된다.

         모든 것의 끝은 죽음이다.

 

춘희 :칠 킬로그램으로 태어나 열네 살이 되기 전에 백 킬로그램이 넘으선 벙어리 정신지체 여자.

         전쟁이 끝나가던 해에 거지 엄마 금복에게서 태어났지만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

         8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화재의 방화범으로 누명을 쓰고 체포되어 교도소 수감되고

         오랜 교도소 생활 끝에 벽돌공장으로 돌아온 그녀의 나이는 스물일곱이다.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여자. 죽음까지도....

 

 

국밥집 노파의 삶은 궁색하고, 금옥의 삶은 파란만장하다면, 춘희의 삶은 기구하지만

모든 이의 끝은 죽음이다.

소설의 초반에 시대적 배경 때문인지 흔하게 쓰지 않는 순우리말 어휘가 제법 나오다가

소설의 중반부 이후에는 또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런 표현방식은 윤흥길 작가의 '아홉 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에서 많이 나왔었다.

말들이 예쁘서 인터넷에 뜻을 찾아보았다.

 

-. 된장잠자리 :몸길이 3cm 정도 되는 잠자리의 한 종료.

-. 시렁 : 2개의 나무로 만든 선반

-. 쌀개 :털이 짧고 보들보들하게 생긴 개

-. 걸근거렸다 :남의 음식이나 재물을 얻으려고 자꾸 구차스럽게 굴다

-. 개숫물:설거지할 때 그릇을 씻은 물 

-. 잇꽃 :노란색 꽃이 피는 국화과의 한 종류

-. 드난살이 :임시로 남의 집 행랑에 붙어살면서 그 집의 일을 도와주며 사는 생활

-. 배냇병신 :뱃속에서 나올 때부터 몸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하거나 기형인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 소이연 :그러하게 된 까닭

-. 벼린(벼리다) :불에 달구고 두드려 날카롭게 만들다

-. 휑뎅그렁한 :물건이 거의 놓여 있지 않아 텅 빈 것같이 매우 허전한.

-. 개짐 :여자가 월경 때 샅에 차던 헝겊.

-. 구복 :입과 배를 아울러 이르는 말

-. 조섭 :음식이나 주위 환경, 움직임 등을 알맞게 조절하여 쇠약한 몸을 회복되게 함.

-. 봉당 :주택 내부에서 마루를 깔지 않은 흙바닥으로 된 공간.

-. 음전하다 :얌전하고 점잖다

-. 노류장화 :누구든지 꺾을 수 있는 길가의 버들과 담 밑의 꽃이라는 뜻으로, 몸을 파는 여자를 이르는 말

-. 망아 :무엇에 마음을 빼앗겨 자기를 잊어버림

-. 가으내 :가을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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