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적'을 읽음으로써 김호연 작가의 책은 모두 읽은 것 같다.
금년 들어서 처음 안 작가인데 재미가 있어서 다른 책까지 모두 읽게 되었다.
연적은 김호연 작가의 2015년 작품이다.
망원도 브라더스로 큰 인기를 얻은 이후의 첫 작품인 듯하다.
소설은 한 여인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한 재연
대단한 집안에 별 볼일 없는 딸로 태어난 그녀는 대단한 집안을 벗어나
스스로 고달픈 무명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그녀의 아버지는 고위 공직자고, 어머니는 교수, 오빠는 의사 언니는
인정받은 플루트 연주자였다.
그녀의 죽음으로 시작된 소설은 우리나라 소설 치고는 조금 희귀한 소재인
전 남자 친구들인 두 사람 연적들의 여행이야기다.
재연이 죽은 1년 후
납골당을 찾은 재연의 남자 친구였던 주인공 고민중과 그전 남자친구였던 강병균(앤디)이
조우하게 되고 둘은 재연이 원한 것은 이런 갑갑한 납골당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즉흥적으로 납골당 유골함을 훔쳐서는 달아난다.
재연이 원하는 자리에 보내주기 위해서 서로의 추억이 있는 남해와 여수
제주도를 옮겨 다니며 그간의 추억을 얘기하고 결론적으로는 재연의 죽음의
원인까지 찾아내며 마지막 응징까지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소설 소재로 찾기 어려운 연적끼리의 여행이라 약간의 코미디스러움도 있고
작가가 이야기의 매개체라 진지함도 있는 소설이다.
재연의 마지막 안식처가 될 따라비 오름이 진정 재연이 원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사실 재연은 이미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한번 쏟은 유골은 이미 그곳에서 대부분 흩어졌고, 바람 따라 세상을 날아다니고 있으며
따라비 오름에는 유골의 흔적만 남았기 때문이다.
내가 근래에 제일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이긴 하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읽었던 망원동 브라더스나 불편한 편의점과는 조금 다른 소설이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없을 수도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꼭 어떤 의미를 찾으려는
생각도 쓰잘데기 없는 집착이다.
소설은 그냥 읽고 재미 있으면 장땡이고
시는 읽고 어떤 그림이 그려지면 그것으로 그만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