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돌 깨다 고개 들면
이웃한 성당 마리아가 늘 굽어보더라며
자기는 진즉 마리아와 결혼할 줄 알았다는 내포석재 정씨
결혼한 지 이십오년 아직도 아내 이름은 민양
첫 배달 나온 인연으로 하루에 열 잔씩 꼬박
일년을 배달하다 점심저녁 찬합 나르게 된 민양
정말 성모 마리아가 다가오는 줄 알았당께
쎅시하다는 게 뭐여 성스럽다는 거 아녀
아직도 우리 민양 우리 민양 웃음 가실 줄 모르는데
돌가루 뒤집어쓰고 일하던 오빠가 성부였지 찰떡을 치는 민양
돌덩어리 들어오는 날이면 밤늦도록 원석을 어루만지며
돌 안에 웅크리고 있는 짐승 소리도 듣고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도
들여다본다는 정씨
거북이가 자고 있으면 거북이를 꺼내고 호랑이가
포효하고 있으면 호랑이를 꺼내지만
마당가 너른 바위 하나만은 깰 수가 없다고 저 돌 안에
탯줄 붉은 제 아기가 크고 있다고 쓰다듬고 쓰다듬는 정씨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 저 너럭바위가
맨 처음 찻잔 풀었던 자리고 도시락 밀처놓고 별을 본
침소였다는 것을
우리 민양 우리 민양 한번도 애를 가져본 적 없지만
저 바위 안에 우리 아기 꼬무락꼬무락 자라고 있다고
우리 여래 우리 여래 어루만지고 어루만지는 성부 정씨
절에 댕기지만 성모님께 도독기도도 드린당께
애기불은 삼천 년은 지나야 산통이 오는 거여
무럭무럭 자라거라 오늘은 바위 성전에 올라앉아
삼겹살 구워대는 성모 민양 성부 정씨
아침에 화장실에서 읽었는데 재미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