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근 한 달 만에 고향집을 갔다.
사과 주문 받은 것도 가져오고 집 정리도 하기 위해서다.
가는 길에 큰딸 집에 반찬하고 가져다준다고 들렸더니
이런 것을 준비해뒀다.
내년 일년을 아빠 혼자 시골에 살아야 된다고 했더니
걱정이 많이 되었나 보다.
비상약품에 돋보기 안 껴도 될 만큼 큰 글씨로 용도를 적어놨다.
아직 이 정도는 아닌데
아직은 자식들 걱정 끼칠 만큼은 아닌데
벌써 혼자 사는 것이 타인에게 불안하게 보일 나이가 된 것인가.
아내가 내년에는 시골로 들어올 것 같지가 않다.
얼마쯤은 준비기간이 필요하단다.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이 내키면 오라고 했다.
그게 나도 편할 것 같다.
나도 내 맘대로 살아보고 싶다.
먹고사는 일이야 못 할 일도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 자취하던 몸이다.
워낙 산골이다 보니 중학교 때부터 자취를 해야 했다.
큰애에게는 그게 불안했던 모양이다.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큰애의 정성이 고맙고 벌써 이런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신세가 처량하기도 하다.
아직 아닌데....
아직 쌩쌩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