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을 할 때 내 성격탓에 주변에 사람들이 힘들었다.
원리원칙 주의적인 성격탓이기도 했고,
나만 옳다는 어리석음 탓이기도 했다.
퇴직 전 회사 지인들게게 보낸 마지막 메일을 잊고 있었는데
회신 된 메일이 있어서 내 편지만 따로 보관을 한다.
시간은
그리고 세월은
소리가 없는 것이어서 느낄 수 조차 없게 달려가더니
어느새 종이 울렸다고 내리라고합니다.
79년 부터 시작한 직장생활.
군대 3년 허송세월이 아까워서 직업군인을 선택했으니
꽉 채운 43년 월급쟁이 생활이었습니다.
79년 6만원이었던 월급은 100배가 훨씬 넘게 올랐지만
우리들의 행복지수는 몇배나 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합니다.
80까지 산다고 생각했을 때 내 인생시계는
저녁 6시를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퇴근해서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하면서 하루를 돌아볼 시간이죠.
인생은 60부터라는 헛소리는 늦게사 철난 사람들의 늦은 후회려니합니다.
저녁 6시에 새로운 곳에 출근을 하는 사람은 많이 없듯이
저 또한 이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조용히 남은 인생을 채우려합니다.
이제껏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듯이 지금 부터는
철저하게 저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내년 삼월까지는 창원에 있을 예정입니다.
혹시 퇴근 후 술생각 나실 때 전화 주시면 한잔 사겠습니다.
진해에서 군항제가 시작 될 사월쯤 귀향을 할 생각입니다.
지리산 오도재 아래 고향마을 내가 태어난 곳에서 남은 삶을
마저 채우려 합니다.
금년 가을에 집을 수리해서 이미 준비는 해 놓았습니다.
농사를 지을 것은 아니고 그냥 이런저런 일을 생각 중입니다.
혹시 오도재 올라가는 길이 있을 때 전화주시면 쓴 커피라도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지난번 어느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묻더군요.
섭섭하지 않냐고.
많은 사람들이 시원섭섭하다 그러는데 전 섭섭하지는 않고 시원합니다.
그런대로 잘 살았고, 우리나라에서 5%도 안 된다는 정년 퇴직자의 길에
들어갔으니까 괜찮은 직장 생활이었습니다.
부자는 아니지만 남에게 민폐끼칠 정도는 아니니 이 또한 다행입니다.
단지 조금 아쉬운 것은 너무 치열하게 살았다는 것입니다.
베이비 세대의 숙명이랄 수도 있겠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조금 여류롭게 조금 더 대범하게 살았다면 비켜갈 수 있었던 일들이
다른 사람들까지 힘들게 했습니다.
좀 더 즐기며 살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도 아쉽고요.
하지만 그게 보직자의 직장생활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결국 똑 같을 것 같습니다.
저로 인해 힘들었을 분들께 용서를 구합니다.
아실지 모르지만 저 개인의 욕심을 위해서 싸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보직을 달고 있는 동안 항상 이길이 회사와 조직을 위해 옳은 길인지 고민했습니다.
해서 그런 직장생활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 죽을 때 한다는 세가지 후회.
좀 더 베풀 걸.
좀 더 참을 걸.
좀 더 즐길 걸.
이미 지난 시간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앞으로의 시간은
후회의 빈도를 줄이기 위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남은 분들도 좀 더 즐기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가정에도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