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나온 업무용 수첩을 정리하다가 찾은 물건이다.
2008년도니 대략 15년 전이고
큰딸이 대학교 다니던 시절이다.
큰딸이 처음으로 학원에서 알바를 하면서 받은 첫 월급이다.
기특하게도 몇 푼 안 되는 알바비에서 아빠 준다고 10만 원을 빼놨더라.
엄마에게도 아마 같은 금액을 줬지 싶다.
아래에 빨간 봉투는 그해 생일에 받은 것이다.
기억이 새롭다.
전액을 남겨놓으려 했더니 딸내미가 무조건 쓰라고 해서
3만 원만 남겨놨던 기억이 있다.
애들에게 참 고맙다.
둘째 딸도 그렇고 막내 아들내미도 그렇고 첫 월급의 대부분은
부모와 가족들에게 썼다.
어쩌면 엄마에게 배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때는 꼭 애들을 시켜서 드렸다.
애들 손에 봉투를 들려서 할아버지 할머니께 전달을 했다.
명절이 아니어도 부모님을 뵙고 올 때는 꼭 용돈을 드렸다.
그것이 애들에게 무언의 교육이 됐을 수도 있지 싶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들이 수첩 포켓에 간직되어 있었다.
아마 이 돈을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평생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옛날 이야기하면서 돌려 줄지도 모르겠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한다.
혹여 자식이 어긋나면 나를 돌아볼 일이다.
세상에 부모 속 안 썩이고 살아가는 자식이 몇이나 될까?
세상 모든 자식이 한 번 이상은 부모 속을 썩였을 것이다.
내 자식이 죽어라 속을 썩이면
한 때 내가 부모님 속이 썩게 만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한 번씩 애들이 속을 썩이면 내 탓이려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