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면서 특별히 인연을 만들어가지는 않았다.
블로그를 하는 목적이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난 기록의 목적이 제일 컸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고향에 한 분을 알게 되었다.
그냥 내 고향마을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되는 곳이라
관심이 더 갔던 것 같다.
블로그 글을 읽어면서 조금씩 더 가까워져 갔다.
알고보기 내 초등학교 10년 선배님이었고
시골집 바로 앞집에 살던 당고모님과 친구사이였다.
일흔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국민학교 동기 모임을 하고 있단다.
블로그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산골의 사람들 특히 딸들의 경우 대부분이 그랬겠지만
국민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신 분이다.
그런데도 글을 보면 연륜이 묻어난다.
더러는 맞춤법도 틀리긴 하지만 그게 오히려 더 와닿는다.
반들반들 흠집 없는 글들은 흘러넘친다.
그 연세에도 끊임없이 배움을 추구하고 즐겁게 사시는 듯하다.
지금은 영어를 더 배우고 싶단다.
그 연세에 인터넷 배워서 블로그 운영하고
영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늘 그분을 만났다.
인터넷을 매개체로 한 만남은 처음이지 싶다.
천왕봉이 앞마당에서 눈앞에 병풍처럼 보이는 집
내 비록 풍수는 모르지만
뒤쪽에는 산봉산이 받치고 있고
앞쪽에는 엄천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집터에
참 선한 눈을 가진 남편분은
내 외삼촌과도 잘 알고 계셨다.
시골에서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더니
맞는 말이다.
처마밑에는 곶감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메주들이
지난 한 해 힘들었던 시간들을 이야기해 준다.
장독대에는 연륜만큼이나 가득 찬 항아리들이 된장을
익히고 있을 터이다.
선물로 받은 된장 고추장 간장이다.
어디서 공짜로 뭘 못 얻어오는 성격인데 참 민망하다.
귀한 것을 선물 받았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민망해서 드린 돈도 다시 내 주머니로 들어왔다.
고맙습니다.
늦은 오후의 고향마을은 뭔가 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