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가는 이야기

정월 대보름

by 머구리1 2023. 2. 5.

 

마을 앞산을 넘어오는 대보름 달이 환하다.

이제껏 코로나로 인해 못하게 했던 달집 태우기 행사를 각 지역마다 했단다.

나도 구경을 갈까 했는데 그 시간에 때맞춰 찾아온 손님 때문에 못 갔다.

서울에서 그림을 그리는 당조카가 이곳에 작업실을 차려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오늘 오전에 운동삼아 나갔던 나들이길에

만났는데 오늘 집으로 찾아왔다.

내일은 내가 찾아가 봐야겠다.

 

어렸을 적 달집 태우기가 생각난다.

그 시절에는 마을에 젊은 장정들이 많아서 달집도 크게 짓고

마을의 큰 행사가 되었다.

보름이 지나도 연을 날리면 게으름뱅이라고 해서

보름날은 연을 날려서 실을 끊어서 날려 보냈다.

달집 태운 불에 콩을 볶아 먹으면 부스럼이 안 생긴다 해서

콩을 볶아 먹는데 쇠로 만든 도구가 귀하다 보니

숯불을 넣어서 사용하던 다리미나 쇠죽바가지에

콩을 넣어서 볶아 먹었다.

 

애들은 집집마다 돌면서 조리에 밥을 얻어 와서 나눠 먹었다.

살만한 집에서는 팥을 넣은 찰밥이 있어서 인기가 좋았지만

없는 집에서는 수수밥을 해서 참 인기가 없었다.

그래도 배고픈 시절이니 남김없이 다 먹었다.

 

지금은 먹을 것이 남아도는 세상이니

배고픔이 뭔지도 모를 것이다.

삼시 세 끼를 제대로 못 먹던 세대와

다이어트한다고 일부러 굶어야 하는 세대가

한 세상에서 사니 어찌 다툼이 없고

세대차이가 없을까..

그냥 서로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될 일이다.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봉산 민박  (2) 2023.02.08
여유  (3) 2023.02.07
인연  (0) 2023.02.04
고향집 인터넷 설치  (2) 2023.02.04
수첩을 정리하다가  (2) 202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