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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삼봉산 민박

by 머구리1 2023. 2. 8.

함양방향 오도재 아래 오르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에
삼봉산 민박집이 있다.
내가 있는 마을에서는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다.
서울에서 그림을 그리는 조카가 작년 가을부터 이곳에
머물고 있다.
사는 것은 아니고 작업실 겸 휴식처 겸 해서 있는 모양이다.
엊그제 이곳을 가 봤더니 예전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이 집을 지은 지가 20 년이 넘었고 집을 지은 분은 이미 돌아가셨다.
내 부모님이 살아계실적부터 집을 지어서 일철에는 아버지와
내려가서 쉬다 오기도 하고 막걸리를 한잔씩 하기도 했다.

입구에 있는 간판이다.

민박집으로 간판이 되어있지만 민박은 하지 않는다.
지금은 사촌누나의 딸이 임시로 임대를 해서 별장처럼 사용하고 있단다.


간판을 지나면 내려가는 입구다.

경사가 너무 심해서 일반 승용차는 올라가기가 버겁지 싶다.
예전에 오도재 길이 개통 되기 전 애들이 어렸을 적에 이곳에서
비료포대로 눈썰매를 탔었다.
그때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던 아이들이 벌써 서른이 넘었다.


입구를 지나면 나오는 내 땅이다.

부모님께 유산으로 물려받은 유일한 내땅이다.
오도재 올라가는 도로에 편입되는 바람에 땅이 조금 줄어서
대략 600평 정도 된다.
귀향 계획 시 처음에는 이곳에 집을 지을 생각이었다.
땅 크기도 적당하고 큰길 옆이어서 눈이 와도 나라에서 잘 치워줄 것 같았다.
그런데 건물이 있는 저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몇 시간을 지내보니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오토바이 부대의 굉음.
오르막 경사가 심하니 차 소리도 굉장히 시끄럽다.
겨울을 제외한 세계절 내내 자전거 부대 오토바이 부대가 끊이지 않는다.
지금 돌아보면 아주 잘 한 결정이다.


민박집 건물이다.
이 건물은 도로보다 한참 낮은 곳이다.

이 건물은 완전한 목조 건물로 당시 아저씨가 혼자서 지은 건물이다.
원래 고물상을 하셨다는데 여기저기서 나무들을 가져와서는 혼자서
특별한 장비도 없이 건물을 지었다.
본채는 이층으로 되어있고 별채들도 몇 개 있다.
지금은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인지 내부가 많이 망가져 있었다.
뒤쪽으로는 벼랑에 바위들이 튀어나와 있어서 큰비가 오면
무너질 위험도 있어 보였다.


상사박골 폭포

집 옆에 있는 상사박골 폭포다.
작아진 계곡물에 겨울이다 보니 폭포라기도 초라하지만
전에는 물이 많아서 아래에는 소도 있고 제법 폭포티가 났다.
요즘 대부분의 계곡이 그렇겠지만 산에 나무가 많아지다 보니
계곡물들이 많이 줄었다.
예전에 멱을 감고 물놀이를 하던 냇물들이 지금은 물이 줄어
작은 개울로 변해버렸다.

집 앞 냇물도 한겨울이다.
냇물이 다 얼어서 물이 아예 안 보인다.



생명력이 질긴 소나무 한 그루.

냇가에 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정말 생명력이 질기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도 있던 소나무니 아마 내 나이와 비슷하지 싶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려서 살아가고 있다.
바위틈새라서 내린 뿌리도 깊지 않을 텐데 온갖 풍파에도 잘 견디고 있다.
그동안 저 계곡에 불었을 바람이 얼마며
저 계곡을 쓸고 갔을 홍수는 또 얼마일까?
그 풍파를 견디고 씩씩하게 살고 있다.

나보다 훨씬 오래 더 세상을 볼 소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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