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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세기 바우

by 머구리1 2023. 2. 22.

 

몇 년 전 동생은 마을 옆에 있는 야산을 샀다.

대략 이만에서 이만오천 평 정도 되는 산이다.

내가 퇴직 후 귀향을 한다고 하니 동생은 소일거리라도 하라면서

나를 위해 그 산에 천오백평 정도의 사과밭을 만들었다.

물론 난 받을 생각이 없다.

아래쪽에는 표고버섯을 심어서 식구들이 일 년 동안

잘 갈라먹고 있다.

 

오늘은 동생 산을 타 보기로 했다.

동생 산의 끝쯤에 세기바우가 있다.

세기바우란 표준말로 하면 석이 바위다.

석이버섯이 많이 난다고 해서 이름이 석위 바위인데

어려운 발음 잘 못하는 경상도 산골 사람들이 그냥 편하게

세기바우라고 불렀다.

 

내 것이라고 만들어준 사과밭에서 위로 계속 올라가면 된다.

예전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통 기억이 없다.

어렸을 적엔 놀기 삼아서도 수시로 다니던 길이다.

40분쯤 올라가니 세기바우가 보인다.

 

 

꽤 큰 바위다.

석이버섯은 흔적도 없다.동네 형님도 이삼 년 전에 이곳에서 비료포대에 한 포대를 땄다고 하는데
날씨 때문인지 석이버섯의 자국도 안 보인다.먹을 복이 안 되는 것이겠지.

 

동생이 산양삼을 심어놨다고 하더니 경고판도 중간중간 붙어있다.

이런 경고판이라도 해 놓으면 사람들이 한 번은 망설인단다.

도둑질하려고 하는 사람이야 이런 경고판 무시하고 파 가겠지만

일반적인 사람은 피해 간단다.

아래쪽에 표고버섯 밭도 이렇게 좀 해 놓으면 좋으련만

이 사람 저 사람 더러 따간다.

올해는 잘하면 산양삼으로 몸 보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래쪽 전경이 멋있다.

나무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나무 사이로 보면 멋지다.

마을에서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높이는 꽤 놓은 것 같다.

 

 

마을 반대편으로 보이는 도칫골이라는 산이다.

낙엽송이 많던 산인데 지금은 많이 베어낸 모양이다.

산에 나무를 베고 임도를 닦아 놓았다.

 

어렸을 적엔 저 산까지 하루에 두 번씩 나무하러 다녔다.

그 어린 어깨에 지게를 짊어지고 아버지를 따라다녔다.

지금은 야산도 우거져서 사람이 다니기 어렵지만

예전에 나무가 난방연료였던 시절엔 먼산에 가야 나무가 있었다.

 

참 오랜만에 올라가 본 산이다.

최소한 삼십몇년은 넘었지 싶다.

기억들은 사라졌지만 기운은 그대로 있는 것 같다.

산속 바람의 느낌이 참 좋다.

봄이나 여름에는 산나물이나 약초를 따러 더러 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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