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시골에 올 때도 원래 계획은 이삼일 정도
머물다 갈 생각이었다.
짐도 좀 옮기도 집 정리도 하면서 이삼일만 쉴 생각이었다.
그러나 계획했던 이삼일은 보름으로 길어져 버렸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이 주일이 지나버린 것이다.
이번에 창원에 내려가면서도 3월 3일에 서울 병원 갈 때까지는
창원에서 있을 생각이었다.
28일은 약속이 있고 하니 그냥 조금만 놀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4일을 보내고는 고향으로 올라왔다.
김 여사에게는 27일에 다시 내려간다고 했다.
이상하게 시골이 편하다.
시골에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겨울이어서
산에 올라가도 뭐 찾을 게 없다.
그런데도 시골이 좋다.
시간도 도시에 비해서 훨씬 잘 간다.
햇볕 좋은 날은 마당에 가져다 놓고 음악 들으면서
햇볕 바래기 하는 것도 좋다.
근심 걱정 잡생각이 사라진다.
며칠 있지 않았지만
시골에서는 불면증도 별로 없다.
매일 먹던 역류성 식도염 약을 먹지 않는데도 소화가 잘 된다.
전립선염도 좋아지는 것 같다.
자가다 소변 때문에 깨는 것도 없어졌다.
지난주에는 저녁 9시에 잠들어서 아침 6시까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시골이 체질인가?
오늘은 바람이 심하게 분다.
햇빛은 많이 드는데 바람은 태풍급이어서 제법 춥다.
그래도 바람막이 있는 담벼락 앞에 앉았으면 따뜻하다.
볕바라기 하는 담벼락 앞쪽 막 올라오는
광대나물 몇 포기가 반갑다.
모레는 함양 장날이다.
장에 나가서 담벼락 위쪽에 심을 영산홍이라도
나왔는지 봐야겠다.
내일은 눈 녹은 동생 산이나 한 번 돌아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