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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동생은 오늘도 바쁘다.

by 머구리1 2023. 2. 24.

 

마을 입구에서 부터 포크레인 소리가 시끄럽다.

워낙 소음이 없는 시골동네다 보니 제법 멀리 떨어진

사과밭에서도 장비 소리가 들린다.

 

동생이 일하는 소리다.

다른 일로 바쁘던 동생이 다음주 부터는 다른 곳으로 일을

나간다고 하더니 그전에 부탁받은 일을 미룰 수가 없어서

일을 마무리 하려는 것 같다.

 

고향 후배 겸 6촌 매제 되는 친군데 귀향을 계획 중이다. 

울산에서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하는 친군데 여유가 있어서

지금도 빈집을 하나 사서는 매주 들어오고 있다.

동생하고도 뜻이 잘 맞는지 동생도 매주 들어와서 같이

농사도 짓고 있다.

농사도 텃밭 수준은 넘어서서 500평은 넘어 보인다.

시골에 노는 땅이 많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농사 지을 땅은 많다.

물론 난 게을러서 못한다.

 

이 동생 부부 때문에 요즘 몸무게가 더 늘어나는 느낌이다.

매일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연락이 오는데 요즘 집터 공사한다고

점심까지 챙겨준다.

민폐일 것 같아서 오늘은 속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가지 않았다.

동생 부부가 사람 모이는 것을 좋아해서 집에 매일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사실 남자는 좋을지 모르지만 여자에게는 힘든 일이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시가집 식구들이나 친정집 식구들이 찾아오고

손님이 없다 싶으면 마을에 있는 사람들을 또 부른다.

거기에 나까지 보태지고 있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가능한 사양을 한다.

너무 사양을 하는 것도 벽 쌓는 것 같아서 사실 갈등도 있다.

 

동생 말은 그동안 오빠들이 자기 집에 한 게 얼만데 그 정도로

부담스러워하냐고 하지만 내가 한 게 짜달시리 없다.

어차피 평생 집안 회장 겸 총무다 보니 집안 대소사 챙기는 것은

내 일이다 생각하고 전혀 짐스러워하지 않았다.

아마 동생 생각에는 자기 아빠 돌아가셨을 때와 동생이 죽었을 때

집안에서 했던 일들이 고마웠던 모양이다.

아들 없는 집이다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관리도 그냥 우리가 했다.

물론 지금은 동생의 아버지인 당숙의 산소도 보태졌고.

그냥 알아만 줘도 고맙다.

힘들게 했는데도 안 알아줘서 서운한 경우도 많지 않은가?

 

저 부부도 좀 안타깝다.

자식이 없다 보니 여기저기 많이들 퍼 준다.

미용학원을 운영했던 동생도 봉사활동에 열심이더니

이제는 미용학원도 닫고 봉사활동만 할 모양이다.

주말마다 시골 와서 나물 캐고 하는 게 낙이란다.

 

땅은 진작 사놓았고 이제 공사를 시작했으니 내년 안에는 집을 짓지 싶다.

그러면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다.

매제 생각은 물려줄 자식도 없으니 자기 동생에게 회사 물려주고

시골에 내려와서 살고 싶은데,  동생이 어떤지 모르겠다.

어디에 살던 재미있게 살 부부다.

오십 대의 중반에 들어선 부부에게 그들의 원하는 삶대로 되길 바라본다.

사는 게 별 것 있겠는가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최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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