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읽은 것 같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책장에 있길래
읽어보려고 꺼내서 몇 장을 넘기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분명히 한 번은 읽은 책인데 무슨 마음으로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포기하는 걸로....
책을 덮고 산책길에 나서본다.
마을 뒷산 쪽이다.
대략 올라가는데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갈 때는 오르막만 있고, 올 때는 내리막만 있는 경사 심한 길이다.
'아그렁평전'이라고 불렀는데 정확한 지명인지는 모르겠다.
예전 지명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요즘 잘 사용하지 않는 우리말을 사용하다 보니
무슨 뜻인지가 잘 안 보인다.
어렸을 적에 나무를 하러 다니던 곳인데 지금은 임도가 뚫려있어서
차가 다닐 수 있다.
끝지점인데 누군가가 이렇게 산을 밀어놓았다.
산 주인이 밀었을 것 같은데 왜 밀었는지 모르겠다.
이곳에 주택이 허가가 나지도 않을 것이고
농사를 지을 것도 아니고...
전에는 물이 제법 많은 계곡이었는데 개울물이 되어버렸다.
이 물은 여기 조금 아래쪽에 물을 막아서 마을 사람들의 상수원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오염원이 없는 산속에서 나오는 물이기 때문에 식수로 사용을 하였고
물맛도 참 좋았다.
물이 차가워서 여름에도 찬물에 샤워를 할 수가 없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은 상수원 관리할 사람이 없어서 정부에서 지하수를 파줘서
그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는데 물이 예전 산골 물만은 못하다.
전에 어른들이 그랬다.
더덕, 산삼이 씻겨 내려온 물이라 더 좋다고.
이런 잣나무들이 가득했던 곳인데 지금은 한쪽만 남았다.
여기가 오도재와 붙어있는 곳이다.
오도재와 직선거리로는 100~200m 정도밖에 안 된다.
이 근처에는 이런 잣나무들의 주산지였다.
정부 지원으로 마을 사람들이 심은 인공림이었다.
그 많던 잣나무들이 오도재 도로가 개발되면서 대부분 베어져 버렸다.
개발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 마구잡이식 개발인 것 같아서 아쉽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마을 근처에 봄나물이 제법 나고 있다.
못 느낀 사이에 봄이 제법 가까이 왔나 보다.
곰보배추
나물보다는 약초의 용도로 많이 쓰이는 것 같다.
광대나물
아내가 이 나물을 사 온 적이 있다.
난 식용인 줄 모르고 '길가에 천지인 이 풀떼기를 돈 주고 사 왔냐?'라고 놀렸다.
데친 후 무쳐서 먹으면 보기보단 맛있다.
냉이
냉이는 나온 지 제법 되었다.
이제 많아져서 밭 근처에 널렸다.
나물로 무쳐도 좋고, 된장을 끓여도 좋다.
난 냉이의 향을 좋아한다.
달래
모르는 사이에 달래가 제법 났다.
달래가 나기엔 빠른 시기인 것 같은데 마당 옆 밭자락에 냉이가 무더기로 보인다.
달래는 간장에 넣어서 양념장으로 만드는 방법 외에는 특별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건 이름을 모르겠다.
독초로 알고 있는데 약초로도 사용을 한다고 들었다.
소가 먹는 것은 사람이 다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 풀은 소도 먹지 않는다.
사람이 소보다 더 독하다.
돌나물
부끄러운 듯 고개를 내민 돌나물이다.
다른 요리보다는 깨끗하게 씻어서 초장에 무쳐 먹거나 식초에 무쳐먹기도 한다.
난 비빔밥이 제일 좋았다.
꽃다지 나물
난 이게 식용인지 처음 알았다.
못 먹는 풀인 줄 알았는데 육촌 여동생이 먹는 나물이라고 이야기해 줬다.
나물로 무쳐먹기보다는 국에 넣어서 먹으면 맛있단다.
역시 소가 먹을 수 있으면 인간도 먹을 수 있다.
쑥
양지쪽 햇볕이 잘 드는 구석에 제법 큰 쑥들이 보인다.
양이 적어서 뜯어먹기는 부족하다.
좋아하는 봄나물 중에 하나로 쑥국을 제일 좋아한다.
찹쌀가루를 묻혀서 찌는 쑥털털이도 좋아한다.
꽃다지 아래쪽에 있는 이 나물도이름을 모르겠다.
이것도 동생을 통해서 식용인 줄 처음 알았다.
나물로 무쳐먹기보다는 국에 넣어서 먹으면 좋단다.
지칭개
이것도 식용이라는데 아직 먹어보지는 않았다.
쓴맛이 강하게 나기 때문이다.
물에 담가서 쓴맛을 우려내서 나물로 먹을 수 있단다.
지칭개는 나물도 좋지만 약초로서의 효능도 좋다고 한다.
간기능 개선, 소화장애에도 도움이 되고 남성 기능 및
항균 항암 효과까지 있단다.
우리나라 산약초 중에 항암효과가 없는 약초는 별로 없다.
대부분의 약초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고, 항암효과가 있다는데
검증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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