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꼽꼽하게 내리는 봄비에 괜히 마음이 들떠서
아침부터 아내에게 카톡을 돌렸다.
많이 비는 아니지만 마른 산야에 약간의 해갈은 됐을 것 같다.
울타리가 심심한 것 같아서 어제 시장에 간 김에 바람개비를 몇 개 사다 붙였다.
마당에 내놓은 화분도 처음 비라는 것을 맞아본다.
창원 집에서 키우다가 아내가 시골에 가져다 놓으라고 해서
가져온 화분인데 무슨 일인지 잎이 맛이 간다.
햇볕 많이 보라고 하루 종일 밖에 내 놨더니 무리가 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거 죽으면 김 여사한테 혼날 텐데...
답답한 마음에 비료를 몇 개 넣어줬는데 오늘 비가 와서 다행이다.
뒤안에 식물들도 빗물에 제법 생기를 찾는다.
위쪽에 진달래가 비실비실하는 것 같았는데
비를 맞고는 조금은 초롱초롱 해지는 느낌이다.
난간에는 며칠째 돌을 줏어다 모으고 있다.
다른 곳에서 예쁜 돌 두 개를 얻어왔는데 두 개 가지고는 허전해서
나갈 때마다 몇 개씩 더해지고 있다.
위쪽 울타리 아래에는 더덕을 심었다.
예전에 집을 짓기 전에 어머니께서 심어놓은 더덕이 있었는데
모르고 있다가 20 년 만에 우연히 찾아서 캐 먹은 적이 있다.
20년 만에 캔 더덕이라 박카스 병보다도 더 컸었다.
아픈 아내에게 약이 됐지 싶다.
그 기억으로 더덕을 심었다.
모종이 생각보다는 쌌다.
120 포기에 택배비 포함 16,000 원.
뿌리도 튼실해서 지금 까먹어도 될 정도였다.
훗날 내가 잊고 있더라고 누군가가 내 이야기하면서 캐서 먹겠지?
내가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