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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봄비

by 머구리1 2023. 3. 23.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꼽꼽하게 내리는 봄비에 괜히 마음이 들떠서

아침부터 아내에게 카톡을 돌렸다.

많이 비는 아니지만 마른 산야에 약간의 해갈은 됐을 것 같다.

울타리가 심심한 것 같아서 어제 시장에 간 김에 바람개비를 몇 개 사다 붙였다.

마당에 내놓은 화분도 처음 비라는 것을 맞아본다.

창원 집에서 키우다가 아내가 시골에 가져다 놓으라고 해서

가져온 화분인데 무슨 일인지 잎이 맛이 간다.

햇볕 많이 보라고 하루 종일 밖에 내 놨더니 무리가 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거 죽으면 김 여사한테 혼날 텐데...

답답한 마음에 비료를 몇 개 넣어줬는데 오늘 비가 와서 다행이다.

뒤안에 식물들도 빗물에 제법 생기를 찾는다.

위쪽에 진달래가 비실비실하는 것 같았는데

비를 맞고는 조금은 초롱초롱 해지는 느낌이다.

난간에는 며칠째 돌을 줏어다 모으고 있다.

다른 곳에서 예쁜 돌 두 개를 얻어왔는데 두 개 가지고는 허전해서

나갈 때마다 몇 개씩 더해지고 있다.

위쪽 울타리 아래에는 더덕을 심었다.

예전에 집을 짓기 전에 어머니께서 심어놓은 더덕이 있었는데

모르고 있다가 20 년 만에 우연히 찾아서 캐 먹은 적이 있다.

20년 만에 캔 더덕이라 박카스 병보다도 더 컸었다.

아픈 아내에게 약이 됐지 싶다.

그 기억으로 더덕을 심었다.

모종이 생각보다는 쌌다.

120 포기에 택배비 포함 16,000 원.

뿌리도 튼실해서 지금 까먹어도 될 정도였다.

훗날 내가 잊고 있더라고 누군가가 내 이야기하면서 캐서 먹겠지?

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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