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닐 때 낚시를 좋아하던 선배가 있었다.
이분은 휴일에 다른 약속이 없으면 무조건 낚시를 갔고
어떤 때는 연차를 내고 낚시를 간 적도 있다.
우리끼리 그랬다.
저 양반은 퇴직해도 심심하지는 않겠다고.
그 좋아하는 낚시 매일 다닐 수 있으니 참 재미있겠다고.
그런데 그 좋아하던 낚시가 퇴직 후에는 잘 안 가지더란다.
남는 게 시간인데도 예전만큼 재미가 없더란다.
시간을 쪼개서 가던 그때가 더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취미는 여가로 해야 재미있는 것인가 보다.
요즘 내가 그렇다.
저 기타 두대는 삼백만 원이 넘는다.
전문가들이 보면 애들 장난감 수준이겠지만
아마추어인 내겐 돼지목에 진주다.
꿈은 좋았다.
퇴직하면 하루에 한곡정도는 마스터할 수 있을 것이고
한 주에 두세 곡만 마스터해도 실력이 많이 늘 것이라 생각했다.
시골생활 한 달이 넘었지만 기타를 만져본 것은 서너 번뿐이다.
그것도 학습보다는 그냥 반주기 틀어놓고 즐기는 수준으로 말이다.
회사 다닐 적에 더 많이 만졌던 것 같다.
드럼도 마찬가지다.
노트북에는 드럼 연습용 악보들과 동영상들이 잔뜩 들어있다.
퇴직 후에 제대로 배울 생각으로 받아놓은 것들이다.
그런데도 아직 그 연습용 악보나 동영상을 보고 연습해 본 적이 없다.
기타와 마찬가지로 몇 번 정도 동영상 따라서 커버 연주를 해 본 것이 전부다.
앰프니 뭐니 장비만 갖추고 연습은 안 한다.
자꾸 게을러지는 것 같다.
시골에 오면 바로 전자오르간도 구입할 계획이었다.
이것도 일단 생각을 다시 해 봐야겠다.
욕심에 구입을 해 놓고는 몇 달 지나면 장식품이 되는 건
아닐지 고민이 된다.
러닝머신이나 헬스 자전거 사놓고 옷걸이로 쓰듯이....
역시 취미는 없는 시간 쪼개서 하는 게 제 맛이지 싶다.
취미도 하루종일 하면 노동이 되는 것 같다.
망할....
몸은 자꾸 편한 것을 찾는다.
이 의자도 TV를 편하게 보기 위해서 얻어온 것이다.
바닥에 앉아서 보면 TV가 높고 안마의자에 앉아서 보면 낮다.
해서 이 등나무 의자를 또 얻어다 놨다.
좁은 거실에 노트북용 앉은뱅이 의자 포함해서 의자만 셋이다.
사람이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더니 자꾸 편한 것만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