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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황당한 하루

by 머구리1 2023. 4. 9.

 

아침 일곱시

아침 댓바람 이랄수도 있는 시간에 동네 형님께 전화가 왔다.

"삼천포 회 먹으러 가자"

"응, 이시간에?"

무슨 사연이 있겠지 싶어서 급하게 서둔다.

"예 차 가져 나갈께요. 참시만 기다리세요"

"차 필요없다. 차 있다"

급하게 세수를 하고 양치질하고 운동화 질질 끌고 나선다.

얼씨구~~

마을 회관에 갔더니 다른 사람이 더 있다.

포터 더불 캡에 이미 손님이 가득이다.

"뭐지?"

물어볼 새도 없이 출발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마음맞는 몇명이서 삼천포에 회 먹으로 가는줄 알았다.

면사무소 앞에서 차를 세운다.

얼씨구~사람이 많다.

적게 잡아도 스무명은 될 것 같다.

아직까지 분위기 파악이 안되는데 아는 얼굴도 없다.

결국 동네 선배님께 물어봤다.

 

오늘은 휴천면 산악회 야유회 가는 날인데 회비 없이 가는 날이란다.

아뿔싸.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모임이다.

단체 산악회!

아~~

 

그런데 많아야 열댓명이라고 생각한 나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45인승 괜광버스가 온다.

니미럴 38명이다.

내 우려는 상관없이 버스는 출바알~~~

 

잠깐 인사 시간이 있다.

나만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신입이 몇명 더 있다.

내 차례가 되었지만 별 소개할 건덕지는 없다.

내 이름은 말해도 아무도 모른다.

그냥 오늘 막내라 했다.

그리도 동생 이름을 팔았다.

머시기의 형이라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동생 이름을 대니 다 안다.

심지어는 그중에는 내 동기도 있었다

니미럴~~

 

 

고속도로를 올리기도 전에 내가 우려하던 상황이 펼쳐진다.

술판 시작....

그러면서 총무님의 인사와 함께 회비 거출

아~~ 다행이다.

사실 공짜라고 했을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

회비 없는 곳에는 대부분 찬조로 메워지기 때문에 이게 난처하다.

찬조라는게 얼마를 내야 하는지 애매하기 때무이다.

그래서 난 회비를 걷는 모임을 좋아한다.

 

부회장님의 일정소개

오늘 남래 보리암을 거쳐 하동 쌍계사 구례 화엄사를 들릴 계획이란다.

"안 될텐데..." 내 생각이다.

첫 코스 남해 보리암에 들린다.

우연일까?, 인연일까?

가는 도중에 페이스 북에서 11년 전 추억이라고 사진이 올라왔다.

11년전 4월 9일에 우리 부부가 보리암에를 갔더란다.

 

저때는 우리부부도 정말 젊었구나.

 

 

남해 보리암은 해수관음상이 기도빨이 잘 받는다고 소문이나서

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절이다.

곧 쏟아질 것 같은 바위산도 일품이다.

 

여기는 돈 받는 곳이 많다.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료를 받고, 셔틀 버스 왕복에 4,400원

또 절 입구에서는 절 입장료를 별도로 내야한다.

그 돈들을 보리암에서 먹는 것인지 남해군에서 먹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사람 먹고 사는데는 보탬이 되지 싶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보니 입구에서 스톱인 사람도 많다.

다리가 조금 튼튼한 사람들은 절까지만 둘러보고

산 위에는 올라갈 생각도 못한다.

이미 횟집이 예약되어 있으니 시간이 촉박하다.

 

내려오자마자 횟집에서 자연산 회와 더불어 얼큰한 소주판이 벌어진다.

버스 안에서 잘 견디던 나도 결국 술판에 합류했다.

워낙 권하는 사람이 많아서 피하기가 어렵다.

 

예상대로 처음 계획했던 쌍계사와 화엄사는 들릴 시간이 안 된다.

총무님이 시간상 그냥 귀가하면서 주변에 들릴만한 곳 한두곳 들린단다.

출발과 함께 술판이 벌어진다.

나가서 춤추는 게 싫어서 계속 벌주같은 술만 받아서 마셨더니

나도 제법 술이 취한다.

 

다음에 들린 곳은 사천에 있는 백천사다.

창원이나 함양에서 가까운 곳이지만 처음 가보는 곳이다.

이름에 비해서 절이 꽤나 크다.

요즘 어느 절을 가도 마찬가지지만 부처님 상을 크게 만들어 모시는 것이 유행인가보다.

이곳도 와상과 좌상 입상이 있는데 디지기 크다.

큰 부처 모신다고 복을 많이 줄 것도 아니고,

부처님 없는 곳에서 기도 한다고 복을 안 줄 것도 아닐텐데

어느 곳이나 부처상의 크기로 절의 세를 과시하는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본 풍경

납골당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죽은 분들을 위한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입구쪽에 큰 것과 작은 것의 돈 차이가 꽤 있을 것 같다.

죽은 사람은 자기가 어디 모셔져 있는지도 모를텐데

남은 후손들은 돈으로 효를 과시한다.

 

 

시간이 조금 더 남아서 들린 성철스님 생가

아마 성철스님은 거창한 자신의 석상보다

저 '불'자 하나만 남기길 바라지 않았을까....

 

돌아오는 버스 안

난 결국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고

술기운에 찬조까지 하게 되었다.

아~~

황당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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