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아직까지 부슬부슬이다.
꼭 가기 싫은 시가집 가는 새댁 발걸음 마냥
마지못해 내리는 듯 한 비가 해갈에는 짜달시리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아침 옥상에서 본 풍경이다.
이 풍경도 다음 주에 지붕 공사를 하고 나면 못 볼 풍경들이다.
지붕공사를 하면 앞뒤로 난간에서 50cm 정도의 공간만 띄우고
다 덮을 예정이다.
옥상에서 보는 전경도 꽤 좋을 때가 있는데 약간 아쉬운 마음도 있다.
뒷마당에 있는 바위다.
저 위쪽 바위까지 모두 하나로 연결된 바윈데
그동안 낙엽에 가려서 안 보였다.
20년 정도 뒤안쪽 관리를 안 하다 보니 낙엽과 잡초에 모든 것이 가려있었다.
예전에는 저 바위 아래쪽에 샘이 있었다.
우리 집의 식수원이었던 샘은 집을 새로 지으면서 메꿔졌다.
그러고도 계속 물이 나왔는데 마을 식수용 지하수를 파면서
물길이 끊어졌는지 지금은 물이 안 나온다.
주변에도 낙엽을 긁어내니 안 보이던 풀들이 보인다.
인동초도 보이고, 머위, 망초, 꽃다지, 냉이, 지칭개, 수염풀등
많은 종류의 풀들이 눈에 보인다.
또 다른 뒤안이다.
이곳의 산딸기와 찔레, 칡 등의 넝쿨식물만 치우는데 꼬박 3일이 걸렸고
낙엽까지 치우는데 일주일이 더 걸렸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뒷동산으로 올라가는 예전 길도 찾아서 다시 길을 냈다.
위쪽 평지는 전에 소를 매어서 키우던 곳이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저 감나무 두 그루도 이제 늙었다.
저곳에는 더덕과 신비복숭아, 왕자두를 심었는데 싹이 나는 것을 보고
내년에 조금 더 심을 생각이다.
마당 끝 복사꽃이 화려하다.
비 맞은 나무들이 싱싱하다.
담벼락 쪽에는 왕벚꽃 한 그루와 서양보리수나무 한 그루를 추가로 심었다.
지난 장날 시장에서 색깔이 예쁘서 산 자색목련도 한 그루 추가됐다.
묘목치고는 비싸서 한 그루에 삼만 원이다.
잘 살아나야 될 텐데...
탱자나무 꽃이다.
집 근처에 탱자나무가 많이 있는데 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못 봤을 리는 없고 관심 없이 보니 기억에 없는 것이리라.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다.
비실거리던 화분들에 마당에 비를 맞히니 생기가 돈다.
물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은 없다.
희한한 게 식물에게는 빗물과 수돗물은 차이가 있다.
깨끗한 수돗물에 비해 덜 깨끗한 빗물이 효과가 훨씬 좋다.
비실비실 하던 식물들도 빗물을 맞으면 생기가 돈다.
같은 물이되 같은물이 아닌 것이다.
뒷마당에 바위같이 세상에는 가끔 버려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물질로 쌓지도 말고, 마음에 쌓지도 말고
오늘 아침 빗물에 씻어 버려야 할 것들도 있고
버려야 할 시간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