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가는 이야기

오랜만의 외출

by 머구리1 2023. 4. 25.

지난주 창원을 갔었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 중 4차에는 직접 고용복지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2,3차는 인터넷 접수가 가능하지만 중간에 한번 마지막에 한 번은

직접 방문을 하라고 한다.

실업급여를 너무 쉽게 받아먹지 말라는 이야기다.

웃기는 건 그렇게 해서 내려갔는데 이틀 전에 문자가 왔다.

직접 와도 되고, 인터넷으로 접수해도 된단다.

좀 일찍 이야기해 주지....

내려간 김에 오랜만에 아들내미와도 술 한잔 했다.

옛 동료와도 저녁 겸 술 한잔 때리고..

아들내미가 많이 힘들어해서 마음이 아프다.

요즘 대기업의 간부들이 짜달시리 책임감이 없다.

그냥 시간만 때우고 정년까지 무사하게 살아남는 게 목표인 것 같다.

예전처럼 책임감도 없고, 동료 간에 정도 없다.

그러다 보니 신입사원들이 들어와도 그냥 방치다.

 

아들이 하는 일이 조금 어려운 일이다.

경쟁사에서 사람을 워낙 많이 빼 나가다 보니 중간 허리층이 없다.

부장, 차장은 많은데 과장, 대리가 없다.

예전에는 멘티 멘토를 맺어서 선후배 간에 서로 챙기고

가족 같은 끈끈함도 있었다.

지금은 사람이 부족하니 선배가 제 앞가림하기도 바쁘다.

아들이 하는 일의 경우 최소 6개월은 트레이닝이 필요한 일인데

2주간 교육시킨 뒤에 그냥 스스로 알아서 배우라 한단다.

그러다 보니 애들이 미칠 일이다.

다섯 시에 일어나서 여섯 시 반에 출근을 한 후

저녁 아홉 시나 열 시쯤에 퇴근을 해서는 밤 12시까지

노트북 켜놓고 마무리를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하는데도 업무를 제대로 모르겠단다.

토요일까지 계속 이렇게 되고, 이게 몇 달째 반복되고 있다.

명색이 대기업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현장의 생산직군에는 연장근무 수당을 주어야 하니 못 시키고

월급제인 관리직 사원들만 죽어나는 것이다.

힘든 것을 이야기할 선배도 없단다.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긴 하지만 답이 될 리 없다.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

불쑥 사표라도 쓸까 걱정이긴 하지만 이 또한 자신이 결정한 문제다.

일주일 만에 돌아온 집에는 손길을 기다리는 화분들이 많다.

일주일간 물을 못 먹은 나무들은 그새 시들어가고 있다.

다행히 비가 내려서 급하게 마당으로 들어냈다.

비를 맞으면 다시 살아나지 싶다.

뒤꼍에 꽃들도 제법 피었다.

삼월엔가 심은 것인데 죽은 것도 있고 하지만

살아난 녀석들은 기특하게도 꽃을 피워낸다.

이름을 모르지만 철쭉과로 보이는 붉은 꽃과 영산홍

흰 철쭉까지 잘 피고 있다.

옮겨 심은 철쭉은 많이 죽었다.

철쭉은 살리기가 힘들다.

비 맞은 잡초도 지 세상인 듯 살아나고 있다.

내일은 잡초를 뽑아야 되지 싶다.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오는 날의 단상  (0) 2023.04.29
고향 마을  (2) 2023.04.28
황당한 하루  (6) 2023.04.09
고사리 피다.  (3) 2023.04.06
비오는 날 아침의 단상  (3) 2023.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