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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가는 이야기

비 오는 날의 단상

by 머구리1 2023. 4. 29.

오랜만에 온 비가 게으른 사람 일하기 싫을 정도의 비가 왔다.

시원하게 한번 오면 좋으련만 올해는 정말 비가 오기 싫은 모양이다.

이상 기온 탓인지 이틀 전에는 새벽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더니 서리가 내렸다.

덕분에 꺾지 못한 고사리는 다 시들어버렸다.

사과밭은 괜찮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이것도 비라고 화초들을 마당에 내놓고 비를 맞혔더니 제법 싱싱해졌다.

비실비실하던 나무들이 비를 맞으면 희한하게 되살아난다.

수돗물과는 물의 성분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올해 심은 나무들이 제법 자라났다.

그중에서도 체리나무가 제일 잘 자랐다.

취미로 키우는 유실수 중에서 제일 열매 맺기가 어려운 게 체리나무지 싶다.

나무는 잘 커는데 열매는 잘 안 달린다.

체리나무가 어려운 게 자가 수정이 안 되기 때문에 한 그루가 더 있어야 하고

또 그 한그루도 아무것이나 되는게 아니라 서로 간에 수정이 가능한 종이어야 한다.

개화 시기에 맞춰서 벌도 같이 활동을 해 줘야 하기 때문에

이 세 박자가 제대로 맞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냥 난 관상용이려 한다.

올해 심은 왕자두 나무다.

이건 산림조합 경매장에서 산 것인데 잘 살아났다.

같은 왕자두 나무로 이건 시장에서 산 것이다.

위에 것보다 한 달 이상 먼저 심었는데도 아직까지 잎이 안 나온다.

아직 완전히 죽은 것 같지는 않아서 좀 더 두고 볼 생각이다.

이래서 시장에서 구입한 묘목은 불안하다.

이 년 전에 심은 피자두 나무다.

위에를 1m 이상 전지를 하였는데도 키가 2m는 된다.

튼튼하게 아주 잘 자랐다.

올해는 열매도 맺어서 잘 하면 자두 맛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진딧물이 벌써 붙어 있어서 나 보다 먼저 맛을 본 것 같다.

피자두와 같이 이 년 전에 심은 사과대추다.

나무 열매 맺는것이 빠를지 내 귀향이 빠를지 보자고 했는데 이 녀석은

작년에 벌써 열매를 맺어서 맛을 보여 줬다.

첫 열매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맛있었다.

올해는 더 많은 열매를 기대해 본다.

자색 목련도 잘 살아났다.

장날 어느 아주머니가 들고 가는 것을 보고 예뻐서 거금 삼만 원을 주고 갑자기 산 것이다.

꽃이 필 무렵 갑자기 영하로 떨어져서 꽃이 다 시들어벼렸다.

나무까지 죽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나무는 살아났다.

뒤쪽에 왕보리수나무도 죽은 줄 알았는데 아침에 자세히 보니

새순이 나고 있었다.

동생이 준 신비복숭아도 잘 살아났다.

천도복숭아와 황도를 교접한 것 같은데 껍질은 천도복숭아고 맛은 황도다.

특히 우리 집 김 여사가 좋아한다.

두 그루를 심었는데 모두 잘 자란다.

동네 아저씨에게서 얻은 거봉도 꽃을 피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포도가 거봉이다.

동네 아재가 두 그루를 줘서 심어놨는데 다행히 눈을 떴다.

내년쯤에는 맛을 볼 수 있을지...

왕벚꽃 나무도 살아났다.

너무 큰 나무여서 살아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살아나 주었다.

더욱더 잘 자라길...

더덕도 드디어 싹을 틔웠다.

120개의 더덕 모종을 심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대략 스무 개는 넘지 싶다.

문제는 내가 어디에 심었는지를 모른다는 것.

일단 싹이 나는 것들 주위에는 나무들을 꽂아서 표시 겸

더덕순이 감아올라갈 수 있도록 기둥을 만들었다.

일주일쯤 있으면 더 많은 싹이 나지 싶다.

더덕이 된다면 내년에는 조금 더 심어 볼 생각이다.

비 맞은 화초들도 생기가 돈다.

뒤안 담벼락 위에 심은 철쭉과 화초들들이다.

조금 더 심었으면 좋을뻔했다.

잘 살지 모르는 상태여서 조금만 심었는데 조금 초라해서 내년에는

조금 더 사다 심어야 할 것 같다.

고향마을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결과를 보이는 것들이 제법이다.

저 나무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비 온 뒤에 보면 눈에 띌 만큼 자라있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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